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레전드’ 스와프가 이뤄질까. 삼성의 ‘영구결번’ 프랜차이즈 스타 이승엽이 두산의 제11대 감독으로 전격 취임한 가운데,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김태형 전 감독이 삼성 지휘봉을 잡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삼성의 연고지인 대구의 홍준표 시장은 “삼성의 왕조를 재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산은 14일 새 사령탑으로 이승협 KBO 홍보대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계약기간 3년에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이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영구결번’까지 받은 이승엽의 두산행은 그 자체로 파격이다. 대구 경상중-경북고를 거쳐 1995년 삼성에 입단해 프로 데뷔한 이승엽 감독은 KBO에서는 삼성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었다.
그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KBO 통산 1096 경기에서 467홈런, 1498타점, 타율 0.302를 기록했다. 통산 홈런 1위, 단일 시즌 최다홈런 기록(2003년 56개) 등 이승엽 하면 떠오르는 홈런 대기록도 삼성 유니폼을 입고 써내려갔다.
이승엽 신임 감독은 “현역 시절 야구 팬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며 “지도자가 돼 그 사랑을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왔다. 그러던 중 두산베어스에서 손을 내밀어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삼성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두산의 전임 김태형 감독이 삼성으로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두산의 전신인 OB베어스의 원클럽맨이자 ‘두산 왕조’를 이끈 김태형 전 감독이 삼성으로 간다면 역대급 레전드 스와프가 이뤄지는 셈이다.
불을 지핀 건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얼마 전 김태형 감독이 대구시청을 방문했는데 ‘왜 두산 감독이 대구시청을 방문 했는지 뜬금없다’는 생각으로 맞이한 일이 있었다”며 “알고보니 (그는) 대학 재학 시절 하숙집 꼬마 아들이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기시장에서 순대를 사주던 초등학교 2학년 꼬마가 대한민국 프로야구 최고의 포수가 되고 두산을 3번이나 우승시킨 명감독이 됐다는 것에 감회가 새로웠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감독과 또 한 번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도 거침없이 내보였다. 그는 “두산을 떠나 다른 팀으로 간다는데 감독 자리가 공석인 삼성으로 오면 참 좋겠다”며 “대한민국 야구 명가를 재건해 주면 대구 야구팬들이 얼마나 좋아할까”라고 말했다.
김태형 전 감독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두산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고, 3차례(2015, 2016, 2019년) 우승시켰다. 특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기록은 KBO 출범 후 유일한 기록이다.
이번 시즌 허삼영 전 감독이 중도사퇴한 뒤 박진만 감독대행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삼성은 박진만 대행을 포함해 후보군을 추려 새 감독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