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에 반기 든 인권위 “여가부, 폐지 아니라 개편”

입력 2022-10-14 13:56
서울 중구에 소재한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14일 오전 제30차 상임위원회를 거쳐 검토 내용을 의결한 뒤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은 여가부 폐지를 논할 정도가 아니다”라며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대신 개편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여가부가 20여년간 국가 차원에서 성평등을 위한 법 제도를 정비하고 여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 등 성과를 거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며 “여가부의 업무를 쪼개 각 부처로 이관하면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성평등 정책의 전반적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성평등 정책을 수행하면 여성가족부가 수행하던 것과 비교해 각 부처의 고유업무에 밀려 후순위가 되거나 전문성 부재로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여가부가 성평등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성평등부’로 개편해 노동·복지·환경·교육 등 다양한 사회문제와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 권한 강화를, 유엔 여성지위위원회가 성평등 및 여성권리 국가기구의 강화를 권고한 상황에서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결정한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그 다음날인 7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의원 등 115명이 여성가족부 기능을 분리해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수 차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더 이상 없다’며 부처 폐지를 공언해왔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당정이 함께 움직인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여가부를 확대·개편해야 한다며 정부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인권위는 이날 의결한 내용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또 이날 회의가 행안부 요청에 따라 열렸던 만큼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하는 행안부에도 이를 전달할 방침이다. 이 같은 인권위의 ‘공개 반기’가 추후 국회에서의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