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서울이 13일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한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SO)의 공연으로 드디어 공식 개관했다.
강서구 마곡지구 서울식물원 입구에 건립된 LG아트센터는 강남구 역삼동에서 지난 2월까지 꼬박 22년간 운영한 LG아트센터가 이사한 것이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설계로 13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LG SIGNATURE 홀’과 가변형 블랙박스 ‘U+ 스테이지’ 등 2개의 공연장을 갖췄다. 이번 개관 공연은 무대 규모 때문에 오케스트라가 서지 못했던 역삼동 LG아트센터 시절과 비교해 달라진 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래틀이 이끄는 LSO는 이날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조성진이 협연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Op.43,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번 C장조 Op.105, 라벨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무용시-라 발스’를 선보였다. 앙코르곡으로 조성진은 쇼팽의 에튀드 Op.10 No.12 ‘혁명’을 연주했고, LSO는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중 피날레를 들려줬다.
처음 들어본 LG아트센터 서울의 음향은 기본적으로 음색이 깨끗했지만, 소리가 반사되는 잔향이 짧았다. LG아트센터의 경우 잔향 가변장치 등을 통해 잔향 시간을 1.2초에서 1.85초까지 조정할 수 있는데, 오케스트라 공연에 적합한 2초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만큼 소리가 공연장을 풍성하게 감싸는 느낌은 약했다. 하지만 LG아트센터가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 아니라 다목적 공연장인 점을 고려할 때 우려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새로 지은 공연장인 만큼 앞으로 음향을 계속 조정하는 한편 반사판의 나무 소재가 길들어져 자연스러운 울림을 내면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LG아트센터 서울 대표는 “사이먼 래틀과 조성진 모두 공연장의 음향에 만족감을 표시했다”면서 “앞으로도 클래식 콘서트를 꾸준히 선보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원래 이날 개관 공연은 LG그룹 임원 등 각계 인사를 초청해 개관 기념식과 함께 전석 초대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LG아트센터 서울은 역삼동 시절부터 구축한 ‘초대권 없는 공연장’이라는 운영 원칙을 지키기 위해 전 좌석 판매로 방침을 바꿨다. 그리고 지난 9월 1일 판매를 시작한 개관 공연의 티켓은 오픈 40초 만에 전석 매진됐다. 이 때문에 이날 LG아트센터 서울은 피튀기는 티켓팅에 성공한 클래식 애호가, 주로 조성진의 팬들로 가득 찼다. 조성진의 팬으로 잘 알려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도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
관객들은 대체로 LG아트센터 서울을 처음 찾은 만큼 일찌감치 도착해 공연장 곳곳과 주변을 둘러보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LG아트센터 서울 역시 공연장 자체를 명소화함으로써 역삼동 시절의 팬들이 마곡 지역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나간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개관 공연 이후 12월 18일까지 총 15편의 공연으로 구성된 ‘개관 페스티벌’을 진행하는 동안 관객이 공연장을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건축 오디오 투어, 향기, 설치미술 등 다채로운 콘텐츠도 제공할 계획이다.
오히려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과 끝난 뒤 혼잡한 주차장 입·출차다. 이날은 대극장인 LG SIGNATURE 홀만 열었지만 앞으로 U+ 스테이지를 동시에 운영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이 등이 겹치면 지금보다 심한 병목현상이 우려된다. 실제로 이날 공연이 끝난 후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까지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렸는데, 주차장 입·출구가 하나뿐인 데다 바로 양옆으로 신호등이 있어서 계속 정체가 됐기 때문이다. 이현정 대표는 “관객들이 가능하면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공 교통기관을 이용해 달라”면서 “강서구에도 이런 상황을 전달하고 해결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