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전공자 적은 것 사실”… 게임위 밀실심사 도마 위

입력 2022-10-13 18:42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방송 화면 캡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모호한 연령 등급 분류 절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을 향상하는 베리어프리 게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3일 열린 국회 문체위 국감에서 게임위의 등급 분류 기준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문제에 대한 이용자들의 분노가 적잖다고 꼬집자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은 “게임 관련 전공자가 적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게임위는 넥슨이 서비스하는 ‘블루아카이브’의 선정성을 이유로 연령 등급 상향을 권고했다가 민원 폭탄을 받았다. 게임위는 ‘페이트/그랜드 오더’, ‘명일방주’, ‘백야극광’ 등 다른 서브컬처 게임도 비슷한 이유로 심의 중이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민원 내용. 국정감사 방송 화면 캡처.

김 위원장은 “지난 일주일간 10년 치 민원이 한꺼번에 몰렸다”고 언급했다. 12일 이상헌 의원이 게임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사태 관련 민원 접수 건수는 블루 아카이브 1만 4628건, 앙상블 스타즈 2829건, 명일방주 888건, 페이트 그랜드 오더 393건, 백야극광 98건, 카니발 61건, 소녀전선 21건이었다.

김 위원장은 “게임 등급은 상향되기도, 하향되기도 하는데 이번 상황에 대해 특이한 상황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심의 기준부터 사후 관리와 감독 체계까지 일련의 등급 분류 과정에 대해 (이용자에게) 납득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밀실심사 문제도 지적했다. 이 의원실에서 분석한 게임위 회의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위원회에 심의 상정한 게임은 3828건인데 이 중 위원의 의견이 개진된 경우는 227건에 불과했다. 위원들이 대부분 연구원의 검토 의견에 따라갈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게임법에 따른 위원 선정 기준이 있다”면서도 “문화, 예술, 법률 등에 걸친 전문가가 있기에 그런 의미에서 게임 관련 전공자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고 게임위의 비전문성을 자인했다. 이어 “하지만 꼭 게임을 개발하거나 저처럼 몇 년 동안 한 분야에 있는 사람만 전문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밀실심사 지적에 대해선 김 위원장은 “절차에 따라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다”며 “하지만 부족하다면 다른 방안도 검토하고 더 하겠다”고 답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 화면. 국정감사 방송 화면 캡처.

등급 분류에 관한 질의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차례에도 이어졌다. 이 의원은 “게임 ‘어몽어스’가 구글 플레이에서는 만 7세 이상, 앱스토어는 9세 이상, 닌텐도는 15세 이상으로 플랫폼에 따라 연령 등급 기준이 다르다”라며 “자율 등급이라는 게 무의미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율 등급 기준 강화에 대해 “100% 동의한다”며 사후 관리와 패널티 부여 등을 약속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국정감사 방송 화면 캡처.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향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접근성 제고 방안 기초 연구 등을 진행한 것을 칭찬한다”며 “장애인 게임 이용 접근성 가이드라인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김 의원은 “국내 유명 게임사인 3N(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이 장애인 고용 창출과 장애인 선수단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접근성 관련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스피치 투 텍스트나 텍스트 투 스피치 같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소니의 배리어프리 사업을 참고해서 장애인 게임 접근성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사업을 잘 지키는 업체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진솔 인턴 기자 s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