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비속어 자막’ 정면충돌…“北 방송보다 심해” vs “MBC만 찍어 탄압”

입력 2022-10-13 18:13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 내용을 보도한 MBC를 두고 격돌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MBC의 대주주다.

국민의힘은 MBC가 윤 대통령의 발언에 자의적으로 자막을 입혀 보도했다며 박성제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부분 매체가 해당 사안을 보도했음에도 정부·여당이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MBC만 탄압하고 있다고 맞섰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MBC는 미국 뉴욕에서의 윤 대통령 사적 발언을 날조하는 행위를 했다”며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인간 명예를 의도적으로 실추시키는 방송을 하는 게 공정한 방송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MBC가 불명확한 대통령의 발언을 단정적으로 해석해 ‘바이든’ 단어가 포함된 자막을 입혀 왜곡 보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명예훼손 등 혐의로 박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MBC를 더 이상 공영방송이라고 부를 수 없다. 북한 조선중앙방송보다 더 심하다”며 박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MBC뿐만 아니라 148개 언론이 그렇게 듣고, 그렇게 썼는데 어떻게 MBC가 날조했다고 표현할 수 있나. 그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엄호에 나섰다. 윤영찬 의원은 “윤 대통령이 사과하면 다 끝날 문제였다”며 “이 문제를 MBC만 콕 집어서 탄압하는 것은 평상시 MBC에 대해 갖고 있는 정부·여당 감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TV조선은 그렇게 보도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대부분 언론이 ‘바이든’ 자막을 달아 보도했는데 왜 MBC만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MBC와 채널A의 보도를 비교하며 “채널A는 바이든 부분을 동그라미(OOO)로 처리했고 양쪽 입장을 다 보도했다”며 “정확하게 확인이 안 되면 양쪽 의견을 있는 대로 전하고 시청자가 판단하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MBC ‘PD 수첩’의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보도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보도에서 김 여사 대역배우가 상황을 재연했는데, 이 사실을 방송에서 고지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MBC는 이 문제에 대해 12일 공식 사과했다. 권 이사장은 “PD 수첩 보도와 관련해서는 엄격하게 MBC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과방위원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MBC를 민주당 방송이라고 말씀하시는데 TV조선과 채널A를 국민의힘 기관방송이라고 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권 의원은 “가르치려고 들지 말고 사회나 잘 보시라”고 맞받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