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술핵 탑재 가능’ 순항미사일 발사…김정은 “적들에게 보내는 경고”

입력 2022-10-13 18:06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전술핵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이번에는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보름간의 ‘핵무력부대’ 군사훈련을 마친 지 사흘 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술핵운용부대에 작전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2발의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미사일은 12일 오전 2시쯤 평남 개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발사된 것으로 탐지됐다. 통신은 “서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1만234초(2시간50분34초)를 비행해 2000㎞ 계선의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며 “무기체계 전반의 정확성과 기술적 우월성, 실전 효과성이 완벽하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전술핵운용부대에 작전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이라고 표현한 것은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순항미사일이 실전배치됐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킬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대량응징보복(KMPR)이라는 ‘한국형 3축 체계’를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전술핵 투발수단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발사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오늘 올린 미사일 폭음은 적들에게 또다시 보내는 우리의 명명백백한 경고”라며 미사일 발사가 대남·대미 무력시위라는 사실을 직접 밝혔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만큼의 파괴력은 없지만, 장거리 정밀타격이 가능해 위협적인 무기로 평가된다. 레이더망을 피해 100m 이하의 낮은 고도에서 방향을 자유롭게 바꿔가며 비행하기 때문에 탐지·요격이 쉽지 않다.

대통령실은 3축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느려 탐지 시 충분히 요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군의 3축 체계를 위협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도발한다면 압도적 전력으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 소식을 공개한 것은 9개월 만이다. 앞서 올해 1월 25일에 “9137초(2시간35분17초)를 비행해 1800㎞ 계선의 목표 섬을 명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순항미사일은 1월에 발사한 미사일과 외관상 동일한 형태로 보이고, 평균 비행속도 역시 유사해 연료 탑재량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비행거리를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순항미사일의) 연료통을 늘려 멀리 보낸 것 같지만, 엔진 자체의 수준은 크게 좋다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박 소장은 “순항미사일은 대한민국이 절대적으로 북한 대비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전력화가 1~2년 이내 가능하냐’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추측하시는 대로”라며 “머지않았다”고 답했다. 우리 군이 지난해 9월 공개한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북한의 장거리순항미사일보다 2.5~3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킬체인’ 전력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에 맞서 지난 5일 대응사격한 에이태큼스 미사일 2발 중 1발이 비행 도중 추적 신호가 끊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에이태큼스를 동해상으로 발사해 가상 표적을 정밀타격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브리핑에선 “에이태큼스 1발이 비행하다 추적 장비에서 소실됐고, 해상에서 설정된 넓은 표적 구역에 탄착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함께 사격했던 현무-2C 탄도미사일이 비정상 비행 후 낙탄한 데 이어 에이태큼스에도 결함이 발생하면서 킬체인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이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한·미·일 합참의장은 오는 20일 미국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