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경계할 때 나타난 ‘신라젠 블랙홀’… 좌절의 코스닥

입력 2022-10-13 17:06
코스닥지수 마감 종가가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651.59로 표시돼 있다. 뉴시스

코스피·코스닥지수가 미국 노동부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강한 경계감 속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상장폐지의 기로에서 기사회생한 신라젠으로 거래량이 몰린 코스닥지수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신라젠은 상한가를 찍은 반면, 코스닥지수는 연저점을 경신했다.

코스피지수는 13일 39.60포인트(1.80%) 떨어진 2162.87에 장을 마쳤다. 지난 12일 2000선(마감 종가 2202.47)을 탈환했던 지수는 개장부터 4.18포인트(0.19%) 밀린 2198.29에서 출발해 낙폭을 확대했다. 기관이 2998억원을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1924억원, 개인은 807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1.08%, LG에너지솔루션은 1.24%,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59%, 현대차는 2.08%, 삼성SDI는 2.30%, LG화학은 2.71%씩 하락해 지수를 하방으로 이끌었다. 국내 플랫폼 강자 네이버는 3분기 실적 부진 전망에 따라 장중 15만50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마감 종가는 2.16%(3500원) 빠진 15만8500원이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서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0.96%) 정도가 주목할 상승을 끌어냈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옵션 만기일에 따른 외국인의 1조6810억원 순매도가 코스피지수를 억눌렀다.

무엇보다 증시를 압박한 건 이날 밤 9시30분 미국 노동부에서 발표될 9월 CPI다. CPI는 미국 노동부에서 공개되는 월간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실업률과 함께 올해 뉴욕증시에서 중요한 두 개의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고용 지표를 참고해 긴축 기조를 결정해온 탓이다.

CPI를 통해 인플레이션의 억제 신호를 확인하지 않는 한 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코노미스트 의견을 종합해 9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8.1%로 예상했다. 지난 8월보다 둔화되지만 8%대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본 셈이다.

악화된 투자 심리에서 코스닥 시장도 힘을 쓰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20.08포인트(2.99%) 하락한 651.59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5월 4일(641.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장중 650.39까지 떨어져 연저점을 새로 썼다.

코스닥 시장의 거래량은 상폐를 면한 신라젠으로 집중됐다. 신라젠은 2020년 5월 4일 당시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적격성 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책임경영과 투자자 보호 일환으로 대주주 엠투엔과 주요주주 뉴신라젠투자조합 1호가 보유한 주식 전량을 2025년 10월 12일까지 의무 보유한다고 이날 공시하고 거래를 재개했다.

거래 정지 당시 신라젠의 종가는 1만2100원. 이날 거래를 재개한 기준가는 8380원이었다.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집중 매수를 끌어 모은 신라젠은 오전 내내 급등락을 거듭한 뒤 정오를 앞두고 상한가(29.47%)인 1만850원에 도달했고, 그 가격을 장 마감까지 유지했다.

신라젠의 거래량은 약 3000만주, 거래대금 총액은 30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개장 1시간 만인 오전 10시까지 1900만주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신라젠의 이날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의 삼성전자(7618억원), SK하이닉스(4130억원)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