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네 발]은 동물의 네 발, 인간의 발이 아닌 동물의 발이라는 의미입니다. 도심 속에서 포착된 동물의 발자취를 따라가겠습니다.
코로나 19로 한동안 열리지 못했던 소힘겨루기 대회가 3년 만에 의령군에서 개최됐다. ‘소싸움’이라는 이름이 ‘소힘겨루기 대회’로 바뀌었다. 주최 측은 싸움이란 단어에서 오는 부정적인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총 128마리의 소가 모였다. ‘싸움소’라 불리는 이 소는 보통 소의 두 배 정도 큰 덩치를 자랑한다.
싸움소의 세계는 프로 스포츠와 비슷하다. 잘 싸우는 소는 이적료를 받고 목장을 옮겨다닌다. 1억5000만원까지 받은 경우가 있다. 대회에서 우승한 소는 상금을 받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의 총상금은 8280만원이었다. 여기에 출전수당과 승리수당 등을 포함하면 소가 받는 돈은 더 많다. 소싸움에 돈을 걸기 때문이다.
소싸움은 경마처럼 정부에서 보조하는 합법적인 도박이다. 그런데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도박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어떻게 소싸움은 동물보호법을 무시하고 진행될 수 있는 것일까? 답은 소싸움이 민속경기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약칭: 전통소싸움법)에는 ‘소싸움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소싸움은 동물보호법의 예외 대상이다. 돈을 거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소싸움이 동물학대가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해서 제기된다. 싸움소의 몸무게는 대략 700㎏이다. 경기가 길어질수록 자연히 피투성이가 된다. 싸움소 한 마리는 5년에서 7년 정도 경기에 출전한다. 2010년 죽은 싸움소 ‘범이’는 통산 191경기에 나섰다고 한다. 범이는 요로결석과 신장병에 시달렸고 은퇴 후 7개월 만에 죽었다.
범이의 사례처럼 싸움소는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수송열이 있다. 폐쇄된 차량에 갇혀 이동하다 보면 소의 면역력은 낮아지고 질병으로 이어진다. 대개 싸움소는 대회가 열리는 곳까지 차로 이동해 좁은 우리 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다른 소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폐렴이나 패혈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싸움소가 먹는 사료 역시 좋지 않다. 소는 원래 풀을 먹지만 싸움소는 몸을 부풀리기 위해서 곡류를 배합한 사료를 먹는다. 위의 산도가 높아지고 가스가 차게 된다. 이렇게 커진 위가 주변 장기를 압박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과거에는 소에게 싸움을 잘하라고 뱀탕이나 산낙지, 개소주 같은 음식까지 먹였다고 한다.
싸움소는 가혹한 훈련을 받는다. 이 역시 동물학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훈련에는 산 달리기, 타이어 끌기 등이 있다. 소의 근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비탈길에서 버티는 경우까지 있다. 이런 훈련이 소에게 좋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싸움소는 나이가 들면 대개 심한 관절염에 시달린다.
이렇게 열심히 싸우던 소는 어디로 갈까. 위에서 언급했던 범이는 챔피언을 오래 지냈던 스타 소였기에 성대한 장례식을 치렀다. 군수까지 참석해서 범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하지만 모든 소가 챔피언이 될 수는 없다. 싸움소의 명은 10살을 직후로 다한다. 주인이 키우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대부분 도축장으로 향한다.
이렇게 팔려간 싸움소는 육질이 좋지 못해 헐값에 생을 마감한다. 뿔이 부러지면 나이와 관계없이 도축된다. 뿔은 싸움에 꼭 필요한 존재라 뿔이 없으면 싸움에 절대적으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소싸움을 계속하자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소싸움의 본고장인 청도군에 있는 청도공영사업공사는 소싸움 대회의 규모를 키워가자고 주장한다. 매출을 위해 온라인으로 우권을 판매하고 이벤트 등을 더욱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청도군은 소싸움 전용 경기장까지 건설했다. 그러나 연간 22조원에 이르는 사행산업 매출 중 소싸움 경기 매출은 0.1%인 257억원 정도다.
스페인의 투우가 소싸움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투우 역시 동물학대라는 강력한 비난을 받은 끝에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는 금지됐다. 소싸움 경기 역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이다. 하지만 동물학대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소싸움을 금지하기보다는 소에게 인도적인 방향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것은 어떨까.
유승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