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재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대구시립극단의 ‘지역연극시리즈’로 공연된 <동화세탁소>(안희철 작, 2003)가 대중적인 지역 소재 연극으로는 첫 시도라 할 수 있다. 이어 안희철 작가는 ‘대구 약전골목’ 이야기를 창작 뮤지컬 <허브로드>(2007)로 다루면서 지역 소재 콘텐츠들이 작가적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발굴되는 기점(起點)을 마련한다. 이러한 생산적인 출발로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다루는 방식에서 보편적인 대구 생활 풍경과 삶과 애환, 지역의 근현대 삶의 이야기와 도시풍경 등이 지역 스토리 콘텐츠로 발굴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지역 소재들이 증가했다. 연극이라는 공연예술 특성상 공연극장이 필수 환경이 되어야 하고, 생산적인 개발 작품을 지원 육성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대구의 창작 환경은 소재 개발 시도와 더불어 소극장이 밀집된 ‘대명공연거리’(2008), ‘대구문화재단’(2009)이 출범 하면서 제2의 도약기를 맞게 된다. 1대 대표이사(김순규)가 취임하면서부터 연극, 공연예술, 축제, 오페라, 생활예술, 문화, 순수예술 분야 등의 지원육성정책으로 다양한 지역콘텐츠들이 발굴되기 시작했다.
대구 연극분야는 <지역 특성화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과 정책적인 육성으로 지역 소재가 생산적으로 다양화되는 전환기를 맞게 된다. 생활 이야기와 도시풍경, 지역 근대 역사 이야기, 인물, 대구지역 근대 골목길 시리즈, 2030들의 취업과 애환, 역사 인물 등으로 소재 발굴이 다양화되고 있다. 제4대 대표이사(2016, 심재찬)가 취임하면서 연극 분야 지원이 늘어났다는 점도 작용했다. 당시 대구문화재단은 대명동 일대를 ‘대명 공연거리’로 지역 최대의 ‘공연창작지구’로 성장시키기 위해 2016년부터 소공연장 사업 확대를 시행하게 된다. 대구공연예술연습실(2015)을 개관하면서 ‘대명 공연 거리’는 예술창작환경을 마련하게 된다. ‘대명 공연 거리’로 변화되는 2008년부터 10년 동안 전국에서 유일한 소극장 창작지구 거리로 조성되면서 대구연극문화는 공연 활성화, 지자체와 문화재단의 예술단체 지원체계, 시민과 유기적인 예술 소통, 창작연습실 활성화, 소극장 구축, 다양한 공연예술축제가 공존하게 된다. ‘대명공연거리’는 서울 대학로와 다른 특화된 환경으로 다양한 문화와 예술, 연극과 예술창작이 공존하는 거리로 변화됐다. 그러나 작품의 다양성은 생산적으로 확대되어 오면서도 양질의 창작 작품발굴과 생산적인 작품 시도들이 미흡했다. 지속할 수 있는 스토리 발굴과 작가의 부재로 공격적인 예술창작과 소비문화의 실험들이 거리로 결합 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창작환경은 구축되어 있으면서도 작품의 한계와 연극만을 감상할 수 있는 거리환경은 거리 문화, 음식, 창작예술, 공연을 결합한 소비문화를 형성하지 못해 장기적인 관객개발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 ‘대명공연거리’ 활성화와 창작환경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전국에 수많은 공연장이 건립되면서 공연예술시장도 성장과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대구지역도 공연시설 인프라 확장과 함께 대구시의 파워풀한 ‘공연문화 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정책 추진도 되고 있다. 대구오페라 축제, 대구 국제뮤지컬 페스티벌, 대구연극제, 대구국제힐링공연예술제, 대명공연거리 로드 페스티벌과 지자체나 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공연예술축제를 포함하면 대구는 공연예술 문화도시 외형적인 성장과 더불어 관객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1,000석 이상을 보유한 대공연장의 비율은 대구가 서울, 경기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고 대구지역 공연예술축제의 관람객 수는 평균 약 52만 명, 종합 공연예술 장르 약 90만 6천 명으로 많았다. 대구는 서울을 제외한 지방 도시 중 가장 많은 공연을 개최하는 도시로 통계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대구시의 공연예술 도시로서의 성장의 배경은 1996년도 민영방송의 개국과 더불어 대구·경북지역 연극영화과 관련 학과개설 뮤지컬, 방송 연예, 연기, 뷰티와 분장 관련 학과개설로 예술 전문인력들 증가와 대구극단들의 실험적인 탐구, 대구 연극제의 활성화와 작품의 질적 향상, 대구시립극단창단(1998, 12)과 2005년 <맘마미아>(MammaMia) 대구공연의 성공으로 인한 제1회 ‘대구뮤지컬페스티벌’(2007) 개최 등과 맞물리면서 대구는 전국에서 유일한 공연예술, 문화축제의 도시로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대구가 연극 분야에서 순수예술을 목적으로 하는 극단 활동이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예술단체가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극 제작의 특수한 환경, 창작 전문인력의 부재, 창작재정의 어려움으로 전국 16개 도시 지역에 산재한 극단들은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고 1개 극단에서 10개 이내 극단들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구는 대구연극협회 등록 정회원 극단이 20개 극단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회원 극단도 20여 개 단체가 해마다 연극을 올리고 있다. 배우 정회원 수도 277명으로 60~70% 이상의 배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중 정회원과 비회원 극단을 포함해 20여 개 극단 이상이 정기적인 공연 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만 12개의 소극장과 다양한 극단들이 들어서 있다. 이러한 자연발생적인 ‘대명공연 거리’는 시어터 우전(2005, 3)을 시작으로 한울림소극장, 빈티지 소극장, 예전 아트홀, 예술극장 엑터스토리, 고도예술극장이 이어 대명동에 소극장 운영을 하기 시작하면서 서울 대학로 다음으로 전국에서 유일한 소극장 특구가 대명동 골목길을 중심으로 자연적으로 형성되어있다. ‘대명공연거리’는 2008년 12월에 발족한 ‘대구 소극장연합회’를 시작으로 ‘대명 공연 거리’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그해 11월 대구 남구청으로부터 ‘대명공연거리’로 지정받게 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소위원회로 출발한 ‘대명 공연예술단체 연합회’(회장, 이동수)가 2017년 대명 공연 거리 내 대명 공연예술센터로 4층 규모 (아카데미 홀, 공연연습실, 공연정보관, 연극전시체험관, 공연 IT 체험관, 사무실과 주민 사랑방)로 출범함에 따라 오페라·무용·연극 분야 등 36개 단체가 소속되어 권익 보호, 예술 활동 증진과 더불어 다양한 예술 활동 연계와 공연사업을 연계하고 있다.
|대명동에는 작가가 산다.
‘대명동에 작가가 산다’는 2019년도에 시작해 올해까지(2022) 66명의 대본 쓰기 참여자가 참가했다. 작가(안희철, 김성희, 정호성) 등이 멘토로 참여해 지속적인 작가발굴과 지역 소재 스토리콘텐츠를 활성화하기 위한 실험적인 창작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현묵 작가의 글쓰기 특강으로 마지막은 지역 배우들이 참여해 작품발굴을 낭독극화하고 작품의 무대화 가능성을 생산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2021년도 3회까지 ‘대명동에는 작가가 산다’에 참여한 예비작가들 작품 수록집을 매년 발간해 총 3회 대본집으로 묶어 17 작품이 발표했다. ‘대명동에는 작가가 산다’ 지역 소재 콘텐츠 발굴을 통해 공연을 목적으로 시도하는 사례는 많지 않으나 공연 성과 사례는 늘고 있다. 장기적으로 작가적 전문성 향상으로 지역 소재 발굴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특징적으로는 ‘대명공연거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중에는 지역 콘텐츠의 작품들이 다양화되고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 10월 항쟁을 소재로 하는 <시월>(정민경 작), 대구에서 활동하는 2030 연극배우들의 불안한 미래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 <여행>(이나경작), 일제 강점기 대구사범학교 교사들의 항일운동을 다룬 뮤지컬 <반딧불>(박선희 작),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재개관을 기념하기 위한 대구시립예술단과 공동 제작한 뮤지컬 <깨어나는 전설 바데기>(박선희 작) 은 대구의 방짜유기박물관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대명동 작가가 산다’의 작가 발굴프로젝트를 통해 연극, 뮤지컬, 창작공연 활성화가 점화되어 무대의 원천이 될 수 있는 희곡, 공연콘텐츠 발굴의 창작성과들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향후 제한적인 소재에서 벗어나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들이 스토리화 될 전망이다.
|김하나 작가의 지역 콘텐츠
경북 고령에서 출생한 김하나 작가는 안희철 작가를 이어 대구를 거점으로 작품 활동과 지역 소재 스토리를 발굴해 생산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작가이다. 2009년 지역 극단 한울림에서 배우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연극을 접했다. 김하나 작, 연극 <호야 내 새끼>가 주목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작가로 전향하게 된다. 뮤지컬 <선인장 꽃피다 1, 2>, <그대 내게 희망> 등이 호평받으면서 지역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 활동이 연극, 뮤지컬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선보인 <사발 내 사발>(2015)을 출발로 본격적인 역사극 써오기와 지역 역사, 인물 소재에 다양한 작품들도 발표해오고 있다. 안동 백성들과 왕의 국난을 그리고 공민왕의 안동 몽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뮤지컬 <왕의 나라>와 사육신의 위패가 있는 지역 문화유산인 ‘육신사’를 소재로 하는 뮤지컬 <육신사의 비밀> 등 서정극, 역사극, 멜로와 코믹극 등 다양한 장르로 이탈하며 연극 17편, 뮤지컬 12편의 다작의 작가적 글쓰기를 생산적으로 해오고 있다. 김하나 작가 작품 중 대구 2, 2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하는 뮤지컬 <그날, 오후>(2018), 한국전쟁 당시 칠곡 전투를 그리고 있는 뮤지컬 <55일>(2017), 명나라 장수 두사충이 조선으로 귀화 후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살았던 배경을 현재와 미래의 인연으로 그려내고 있는 연극 <인연>(2016), 경북 영천 출신의 예술가 왕평 이응호 선생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창작 오페라 <왕평>(2021), 대구에서 일어났던 학생들의 3, 1운동과 1928년 105명이 구속되었던 대구사범학교 항일 의거의 역사적 실화를 다루고 있는 창작 연희극 <광복 말뚝이> 등이 대구·경북의 지역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오월의 신부>(2013)는 광주 평화 연극제를 통해 공연되었으며 뮤지컬 <벼랑 끝에선 정약용>(2020)은 경상북도 포항 장기리에서 유배 생활을 한 정약용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김하나 작가의 발굴은 ‘대명공연거리’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레퍼토리 중심의 지역 극단도 적극적으로 작가발굴에 나서고 있는 현상을 보인다. 다양한 소재의 지역 작품을 무대화하면서 작가발굴과 작품도 생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소극장 중심의 극단은 운영 측면으로 레퍼토리 작품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지역 극단은 김하나 작품의 성공으로 단원들의 작품을 무대로 개방하면서 지역 정서와 밀착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소재 배경의 친근함, 배우들의 대사 표현도 일부 지역 말로 구성하면서 관객과 공감대를 효과적으로 이루고 있다. 안희철 작가가 운영하는 소극장 아트벙커도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으며 이중 지역 소재를 하고 있는 다수의 작품이 무대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대명공연거리’를 중심으로 소극장을 보유하고 있는 극단들은 지역 소재 연극과 창작극, 역사극, 20·30세대들의 취업, 사랑, 인생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보편적인 소재들이 다양하게 공연되고 있다. 극단들은 소재 발굴을 위해 배우와 작가, 연출 등의 경계 없이 희곡 쓰기가 개방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소극장 중심의 극단 시스템, 레퍼토리 환경의 요구, 대구문화재단과 지자체의 지역 소재 발굴과 지원, ‘대명공연거리’의 공연 환경 등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지속 가능한 스토리 개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속 가능한 지역 콘텐츠 발굴, 한계와 가능성
대구지역의 연극문화가 역사극, 현대극, 창작극, 번역극을 재창작하는 공연문화 중심에서 지역 소재를 축제 성격이나, 교육적인 목적으로 활용된 작품들을 제외하고 연극적인 성격으로 지역 스토리 콘텐츠가 가능성의 기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대구시립극단의 ‘지역연극시리즈’를 기획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관객들한테 공감받을 수 있었던 측면은 무거운 주제와 소재에서 벗어나 지역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 시대 풍경, 시민들의 삶과 인생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 소재 발굴은 <동화세탁소> 안희철 작가를 발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대구시립극단이 연극을 통해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지역 소재 작품발굴의 신선한 시도들이 생산적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소재의 연극이 지속 가능한 콘텐츠 스토리로 주목받았다. 지자체의 지원, 대구문화재단의 지역 특성화 콘텐츠 육성사업 등으로 지속해서 지역 소재를 유도하면서 대구지역 소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은 뮤지컬, 연극, 오페라와 탈 장르까지 포함해 100여 편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지역 소재들이 무대로 활성화되고 작가발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작품별 소재에서는 특수한 지역 역사, 인물, 전쟁, 지역 근대 공간 등 특징적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편적인 연극의 소재 보다는 주제공연 성격이 강한 작품들도 있다는 점이다.
지원사업을 위한 공연, 개발된 지역 스토리 콘텐츠들의 재창작된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지역 소재 작품에서 연극적인 짜임새와 무대 미학의 보안과 수정을 거쳐 안정적인 작품 수도 상당하다. 그러나 지역 소재가 작가적 텍스트로 발굴되어도 공연의 성격상 무대화가 미진할 경우 그 가능성은 양질(良質)의 희곡에도 공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극 <동화세탁소>를 기점으로 2003년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지역 소재의 콘텐츠 작품들이 연극, 뮤지컬, 오페라를 통해 성공적으로 공연된 작품들이 증가하였다는 점은 지역성을 탈피하는 스토리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 소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탄탄한 스토리, 친근한 지역 소재, 공감할 수 있는 지역 언어와 표현들이 내재 되어 있다는 점이다. 무대의 배경이 되는 장소와 설정들이 근현대의 지역 공간과 과거-현대의 삶과 애환, 인생 이야기로 연결되어 친근한 스토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도 지역 스토리 콘텐츠의 가능성이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 스토리 개발과 동시에 연출의 다양한 미학성과 실험적인 방식 등으로 지역 소재의 한계를 넘어 작품성과 예술성을 보일 수 있는 폭넓은 작품들이 개발되고 공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성숙한 창작공연환경으로 진입하고 있는 과도기로 보인다.
|소재 한계에서 탈피, 확장된 무대
대구문화재단을 통해 지역 콘텐츠 개발(지역 문화예술지원사업)로 선정된 작품에는 지역의 역사, 인물과 전통 등을 소재로 한(전태일, 홍해성, 이중섭, 시인 이장희, 약전골목, 진골목과 대봉동, 국채보상운동, 2,28 민주운동) 스토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작가 안희철은 지역의 인물과 역사의 한정된 소재에서 탈피해 다소 지역 시민의 인식에 포착되지 않은 이야기들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근현대의 생활 풍경과 지역 시민의 애환을 담아내면서도 역사적 스토리에서는 작가적 상상을 동원해 현재 시점으로 역사-과거-현재로 이어지게 한다거나 무거운 역사, 불교, 인물 소재라도 그 역사성에 함몰되지 않고 극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현재화시킨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작가적 이야기는 실재 역사성과 인물, 도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스토리를 통한 교육적인 효과보다는 연극적 이야기로 환기해 감각적인 플롯을 형성하는 드라마 구조를 보인다.
창작 뮤지컬 <진 골목 용진당패> 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실제 존재한 건달패들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대구 서문로 일대에서 활동하면서도 지역 시민들의 약자를 도와주는 정의로운 건달패였다는 기록적 근거로 이야기는 시대 깡패들의 삶보다는 1930년대 대구 진골목에서 살아가는 건달 칠성은 민족의 서러움을 견디다 못해 진골목을 지키기 위해 ‘용진당패’를 결성한다는 설정을 하고 있다. 대구 출생의 이규환 감독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규환, 나는 조선의 영화감독이다> 작품에서는 감독의 일대기를 다루기보다는 영화를 통해 민족의 혼을 일깨우며 열정적으로 살았던 이규환의 삶으로 투영했다. 1932년 대구 사문진 나루터를 촬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임자 없는 나룻배> 대구 출생 이규환(1904~1982)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후 1941년 <창공>을 연출한 후 조선총독부의 영화정책 협조 요구를 거부해 영화계를 떠났다. 1944년에는 일본에 강제노역으로 끌려가 해방 이후인 1955년 영화 ‘춘향전’으로 1950년대 한국 영화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다. 이 감독은 서정적이고 향토색이 짙은 한국적 사실주의 영화 23개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다. 안희철 작가는 보편적인 지역 소재를 탈피해 근현대의 지역 생활문화, 문화 인물, 지역 소시민들의 애환과 삶과 도시의 역사적 스토리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역사와 현재를 병치해 확장된 스토리로 무대화하고 있다. 안철 작가는 창작 오페라 <달, 빛)을 통해서도 대구 ‘2.28 민주화 운동’과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한국 현대사를 ‘춘향전’으로 새롭게 풀어낸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20년의 역사 속에서 펼쳐지는 성봄이(춘향)와 이무영(몽룡)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지역 역사소재를 융복합해 오페라로 풀어내고 있다. 지역 소재의 스토리 콘텐츠의 가능성이 특정 연극의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뮤지컬, 오페라 등으로 생산적으로 무대화 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 소재의 한계성을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관객들한테 공감과 더불어 소극장 운영에 레퍼토리 작품이 되고 있다는 것은 지역 스토리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창작활동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무대 미학의 안정성과 연출
지역의 소재가 연극, 뮤지컬, 오페라 장르의 스토리 콘텐츠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발전된 성과다. 지역 공연예술문화가 고전, 명작, 현대극, 중심에서 지역 소재로 확장되어가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의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희곡 텍스트는 무대 상연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몇 가지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지역 소재가 참신한대도 불구하고 극 구조는 단순하거나, 모호한 인물의 나열, 재미 위주의 전개, 극적 갈등과 사건의 빈곤, 작가의 한계적 상상으로 불분명한 서사로 나열되거나 연출적인 관점과 미학성이 부족해 보이는 작품들도 발견된다. 이러한 작품들은 지원을 목적으로 소재를 개발해 산발적인 작품 프로젝트로 운영되는 단체와 작품을 통해서 오류들이 발견되기도 하고, 작가와 연출역량이 부족한 상태로 극단의 배우들이 지역 소재를 차용해 공연텍스트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미숙하게 공연되는 경우다. 연출역량이 확보된 경우라면 지속적인 작품의 수정 보안으로 완전한 공연텍스트로 가능성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작가와 연출역량 모두가 미숙한 상태라면 무대는 그 어떠한 연극성과 무대적 미학을 발견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되고 만다.
이러한 상태를 극복해 지역 소재, 또는 지역작가를 통해 발굴된 창작극을 지속해서 보안하고 작가와 연출가의 협력적인 작품개발을 위해서는 ‘대명 공연 거리’ <지역 창작 스토리전>를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 소재 개발의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작품개발의 소재는 지역으로 한정하고 참신한 소재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일상생활부터 미래, 지역 시민들의 특별한 이야기, 지역 청춘들의 삶과 문화, 지역 도시 곳곳에 베여있으면서도 작품으로 짜내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이것을 특성화시키자는 것이다. 발굴된 작품들은 1차 대명 공연 거리에서 활동하는 연출가, 극단과 연계하고 발표 작품 중 극단과 소극장의 레퍼토리로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은 지속해서 발굴하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소재에만 함몰된 작가적 빈곤의 탈피이며, 이것을 극복해 줄 수 있는 연출가의 연계, 개방형 워크숍, 열린 작품 탐구들이 지속되어 현재보다 지속 가능한 지역 소재 작품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올해부터 대구문화재단은 대본, 뮤지컬 공모를 도입했다. 총 10개의 작품 중 연극 7편, 뮤지컬 10편이 선정되었는데 구체적으로 지역문화와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보이는 것은 연극 대추나무, 사투리 교습소 정도이다. 대본 공모 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대본, 뮤지컬 공모) 사업 프로그램이 전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본 창작이 지역 소재에만 한정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 재단으로써 선발 건수의 30% 이상은 지역 소재 작품 선정을 의무화하고, 가산점 방식과 기존 공연된 동일 소재를 배제하는 지원제도를 통해 지역 소재를 장기적으로 육성하고 견인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작가발굴 워크숍 프로그램과 ‘여기는 대구, 낭독극장’ 같은 프로그램이 도입된다면 지역 특성화 콘텐츠의 스토리 발굴에 지원과 육성이 지금보다 더 많은 작가와 콘텐츠들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지역 스토리 콘텐츠다
2003년도부터 대구시립극단을 중심으로 ‘지역 연극 시리즈’를 통해 지역 소재가 역사, 인물에서 도시풍경과 스토리, 소시민들의 삶의 풍경, 시민들의 삶과 애환, 불교, 현대 예술가들 소재로 연극, 뮤지컬, 오페라, 공연예술 분야로 넓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대구시립극단의 의욕적인 출발과 지자체의 지원과 육성으로 이어지는 대명공연거리, 대구문화재단 설립, 대구 국제뮤지컬 페스티벌 개최로 인해 2007년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역 소재 발굴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현상을 보여왔다. 서문시장 이야기, 대구지역 골목길 이야기, 청춘들의 인생들, 20·30세대의 취업과 연애담, 노부부 이야기 등 소재의 확장성이 달라지는 변화를 보인다. 역사와 인물의 스토리 콘텐츠도 특징적인 역사성과 인물을 탈피해 그동안 개발되지 않았던 소재(영화감독 이규환, 여성 비행사 권기옥, 대구사범학교 항일운동, 방짜유기박물관, 도공 이야기, 지역사찰 사건과 육신사, 생활 풍경 등으로 지역 연극 시리즈 이후 상당한 소재 발굴이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속 가능한 지역 소재로 다양화되고 개발될 수 있었던 환경적인 요건은 대구문화재단의 지역문화 콘텐츠 육성 발굴 사업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대명공연거리’에 산재해 있는 극단들의 소극장 운영에 있어 다양한 레퍼토리의 확대가 창작극과 번역극을 재창작하는 공연보다는 지역 소재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무대화한다거나 창작극을 개발해 공연되고 있는 현상들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현상에서 뮤지컬, 오페라, 축제의 도시로서 다양한 지역 소재 스토리 콘텐츠가 개발될 수 될 수 있도록 지원제도가 안정적으로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순수예술 장르의 창작환경의 지속성은 상당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역 소재의 한계성을 탈피하고자 하는 무대 창작활동의 생산적인 움직임도 지역 예술의 한계에서 변화되고 있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대명 공연예술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명동에는 작가가 산다’라는 건강한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지속적인 작가들이 발굴되고 있다는 점과 지역 콘텐츠의 발굴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적 상상의 빈곤을 넘어 무대 미학의 안정성과 연출 한계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 지역 특성 콘텐츠를 창작자 중심으로 발굴하기 위해 지속적인 지원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소재의 한계성에서 탈피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지역 소재가 무대 미학과 지속 가능한 예술적 가능성으로 선제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생산적인 탐구가 이루어져야 할 때다.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