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다루면서 김 여사와 외모가 닮은 재연 배우를 쓰면서 이를 고지하지 않아 논란이 된 데 대해 사과했다.
MBC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11일 방송된 ‘PD수첩-논문저자 김건희’ 편의 프롤로그 등 일부 장면에서 ‘재연’ 표기 없이 김 여사의 이미지가 재연된 화면이 방영됐다”며 “이것이 사규상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 준칙’을 위반한 사항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 동영상을 다시보기가 가능한 모든 사이트에서 내리고, ‘재연’ 표기 후 다시 올리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제작 경위를 파악한 후 합당한 추가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부적절한 화면 처리로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MBC PD수첩은 전날 방송에서 김 여사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등을 다루면서 일부 장면에 ‘재연’이라는 표기 없이 김 여사와 헤어스타일, 옷차림 등이 비슷한 대역을 등장시켜 논란을 빚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순방 기간 비속어 논란 보도부터 MBC의 ‘자막 조작’을 주장해 온 여당은 이번에는 MBC가 화면까지 조작했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익마저 위태롭게 만든 대통령 순방 ‘자막 조작’ 방송도 모자라 이제 MBC는 ‘화면 조작’ 방송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간판을 버리고 편파·가짜 방송을 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해당 방송은 시사 프로그램의 대역 표기 의무까지 위반하며 시청자들이 혼동하도록 구성했다”며 “MBC는 즉시 해당 방송에 대한 제작 경위를 밝히고, 이에 합당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 대역 사용뿐 아니라 내용의 편파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가 결론을 지은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 또 논란을 만들어보고자 한 낡은 레코더식 재탕”이라고 깎아내렸다.
박 수석대변인은 김 여사의 논문을 검증한 이들이 대부분 민주당 측 인사라고 지적하면서 “최소한의 균형 보도 원칙이 내팽개쳐진 방송이다. ‘자막 조작’ 방송이 문제 되자 보복성 방송을 편성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TF’는 성명을 내고 이번 논란을 “‘광우병 보도 시즌2’ 부활”이라고 규정했다. TF는 “PD수첩 조작은 상습성과 악의성, 고의성 3박자를 모두 갖췄다”며 “MBC는 대역 배우까지 고용하며 김 여사에게 한 모욕과 명예훼손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는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방종일 뿐”이라며 PD수첩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