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흉기 피습’ 남편, 되레 “내가 가정폭력 피해자”

입력 2022-10-13 06:36 수정 2022-10-13 10:05
국민일보DB

40대 배우인 아내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30대 연하 남편이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다.

1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문병찬)의 심리로 열린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A씨에 징역 10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다툼 이후에 딸과 함께 있던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지만,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살해 의도도 부인하고 있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자신이 평소 B씨와 혼인신고, 자녀 출산 문제를 두고 자주 다퉜고 아내에게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피해자가 남들에게 당신을 남편이라 소개한 적이 있나’라 묻자 A씨는 “피해자의 가족과 제 가족에게만 알렸다. 자녀도 갖지 말고 혼인신고도 하지 말자고 종용했다”고 답했다.

A씨는 B씨의 외도로 인한 충격에 자신이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으며 집에서 내쫓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범행 당일에 대해서는 “(마신 술 양이 평소 주량을) 확연히 넘어섰다. 정신 차려보니 A씨가 복도에서 피 흘리고 있었다”고 했다. ‘흉기를 휘두른 사실이 기억나지 않느냐’는 변호사의 물음에 A씨는 “그렇다”고 했다.

검사가 ‘흉기를 구매한 뒤 택시를 타고 A씨 집에 가 현관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딸이 보는 앞에서 찌른 게 우발적인 범행인가’라고 추궁하자 A씨는 “내가 계획적으로 A씨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제 행동은 용서받지 못할 행동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도 “나는 가정폭력 피해자다. 진심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은 하늘에 맹세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A씨는 지난 6월 14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 로비에서 아내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혐의를 받는다. 목 부위에 상처를 입은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B씨는 사건 발생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A씨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사건 전날 오후 11시43분쯤 경찰에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니 집에서 내보내 달라’고 신고했고, 이에 경찰은 A씨에 퇴거 조치와 함께 B씨에게 출입문 비밀번호도 바꾸도록 지시했다.

B씨는 다음 날 오전 1시2분쯤 ‘남편이 베란다 쪽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다’며 경찰에 재차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주거지 주변을 수색했지만, A씨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는 오전 1시46분쯤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A씨의 연락을 받고 경찰에 세 번째로 신고했다.

다리에 자해한 상태로 발견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가 이날 오전 8시40분쯤 딸이 등교하는 시간에 맞춰 흉기를 사 들고 다시 아내의 자택을 찾아 범행을 저질렀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9일 열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