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이 아파트에서 추락한 3세 여자아이를 발견해 신속히 구호 조치한 사연이 온라인상에서 퍼지며 많은 네티즌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해당 초등학생들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왜 칭찬하는지 모르겠다”며 부끄러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12일 ‘아들 자랑 좀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글엔 지난 9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3세 여아 추락 사건’의 뉴스가 캡처된 이미지로 담겼다.
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의 한 아파트 5층에서 3세 여아가 화단으로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추락한 아이를 발견한 건 주변 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생들이었다. 초등학생들은 아이를 안아 벤치로 옮겨 눕힌 뒤 119에 신고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기사 아래엔 아이를 구조한 초등학생의 아버지라고 밝힌 네티즌 A씨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A씨는 자기 아들이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달려가 보니 세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파트 5층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A씨는 그의 아들과 친구들이 “아이를 안아 벤치에 눕히고 119에 구조요청을 하고 112에도 신고했다”며 “아이의 동향을 살피면서 옷도 덮어주고 숨을 쉬는지도 확인했나 보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A씨에게 전화해 당시 상황을 전하자 A씨는 아이들에게 ‘잘했다’ ‘기특하다’며 칭찬을 했다. 이에 아이들은 ‘당연한 일을 왜 칭찬하는지 모르겠다’며 부끄러워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떨어진 곳 1층에 시의원이 거주하고 있었나 보다. 해당 시의원이 SNS에 아이들이 기특하다며 글을 올려 보도됐다. 이 일로 표창장을 수여하라고 했다는 말에 너무 뿌듯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실제 사고를 목격한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이우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이들의 구호 조치를 칭찬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거실 바깥쪽 화단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몇 초 후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1층 베란다 창문 앞까지 와서 웅성거렸다”며 “어린아이가 우리 집 창문 바로 아래 누운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고 몇 명의 초등학생들이 모여 누구는 아기에게 말을 걸고 누구는 119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고 썼다.
이 의원은 이어 “아기가 아파트 난간에서 추락한 것이란 걸 알고는 급히 뛰어나갔다”며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아기를 감싼 뒤 아이들에게 전화기를 넘겨받아 119 상황실에 아기 상태와 상황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출동하는 동안 아기를 눕혀 안정을 취하도록 다독였다”고 한 이 의원은 “시간이 좀 지나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는지 아이가 울면서 자꾸 일어나려고 해서 점퍼로 감싼 채 가슴에 안고 등을 토닥여 진정시켰다”고 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긴박한 상황이라 구급차가 오기까지 몇 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며 “추락한 아기를 발견하고 상태를 확인한 후 벤치로 옮겨 눕히고 119에 연락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 초등생 아이들이 대견스럽다”고 칭찬했다.
다행히 아이는 등에 찰과상을 입은 것 외에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잠든 것을 보고 잠시 마트에 나갔고, 그사이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창원시의회는 아이를 도운 초등학생들에게 의장 명의의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