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길을 묻다: 도전과 전환’이라는 주제로 열린 ‘2022 국민미래포럼’에서는 중소기업 정책과 K-콘텐츠 산업, 노동과 규제 정책 등을 놓고 각계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이 펼쳐졌다.
‘중소기업을 약자로 취급하는 지원정책은 옳은가’ ‘한류의 약진은 정부의 지원 덕분인가’ 등 다소 도발적인 질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뤄졌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컨벤션홀에서 12일 열린 국민미래포럼의 피날레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한 종합토론으로 마무리됐다.
주제발표를 한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대학 학장과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우미성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김 석좌교수는 “한국 선진화의 완성을 위해서는 신뢰자본 못지않게 문화자본이 필요하다”고 첫 토론 주제를 던졌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지금 한류 콘텐츠가 해외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은 창작자들이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에서 한류 콘텐츠는 한국 정부가 밀어줘서 잘하고 있다고 오해하는데, 이는 한국의 경쟁력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정부의 역할은 창작자들을 불공정 거래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다고 봤다. 우 교수는 “창작 결과물들이 플랫폼 소유자들에게 약탈당하지만 않는다면, 한국 문화산업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학장은 정부 중소기업 정책의 맹점을 짚었다.
박 학장은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과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벌어지는 공정거래 이슈가 핵심”이라며 “두 정책 모두 중소기업을 시장에서 약자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학장은 이어 “대기업과 경쟁관계에 있거나 하청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비중은 10%도 되지 않는다”며 “공정거래 이슈만으로는 중소기업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박 학장은 또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보호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을 약자 취급하면서 더 병들게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노동시장을 규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변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권 교수는 “1953년에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은 여전히 제조업과 공장을 기반으로 형성돼 있다”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새로운 (노동) 범주가 확산하고 있는데, 이를 근로기준법상에 어떻게 포함하느냐가 학자들 입장에서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의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석좌교수는 토론 말미에 규제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석좌교수는 “우리나라 규제 개혁은 저수지 수질 관리위원회 같은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지금도 끊임없이 강화된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고, 악성 불량규제 90%가 의원 입법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규제가 시장 기술을 못 따라가고 썩은 물이 되기 때문에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국민미래포럼에는 정·재계 주요 인사를 포함해 약 30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금융권에서는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 회장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국민미래포럼을 통해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앞날을 고민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서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도약을 일궈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정신영 문수정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