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엔 인권이사국 지위 잃는다…“과도한 입후보로 선택·집중 못해”

입력 2022-10-12 17:30
한국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5위(123표)를 해 이사국 연임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최초로 낙선했다.

한국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선거에서 123표를 얻어 아시아 국가 중 5위를 기록했다. 출마한 아시아 6개국 중 4위 안에만 들면 연임이 가능했는데 실패한 것이다. 한국은 방글라데시와 몰디브, 베트남, 키르기스스탄에 밀렸다. 한국이 제친 나라는 아프가니스탄뿐이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신설된 2006년부터 입후보한 모든 선거에서 이사국 진출에 성공했던 한국은 내년부터 이사국 지위를 내려놓게 됐다. 비이사국은 유엔에서 인권 이슈에 대한 발언권은 갖지만 이사회 표결에는 참여할 수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2024~25년), 경제사회이사회와 인권이사회 이사국(2023~25년) 동시 진출을 노렸던 한국 정부로서는 뼈아픈 낙선이다. 한국은 지난 6월엔 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으로 당선됐다.

낙선 원인에 대해 12일 외교부는 “금년 선거에 과다한 입후보를 해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선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국 선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 위원 선거 등 14개의 국제기구 선거에 입후보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제기구 선거에선 입후보 국가들이 상호 지지, 교환 지지를 하는데 우리의 과도한 입후보로 인해 가용 표가 조기에 소진됐다”며 “다수 선거에 대해 동시다발로 진행하다 보니 교섭력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올해 입후보한 선거 중 13번째에 실시된 인권이사회 선거에 대해선 올 하반기에야 본격적으로 교섭이 시작됐다”며 “상반기에 전력을 쏟을 수 없었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방 선진국이 주도하는 활동에 불만을 가진 개발도상국들이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진출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문재인정부가 4년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는 등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선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원인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국의 유엔 인권이사국 연임 실패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외교 참사라고 날을 세웠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북한인권결의안 불참, 대북전단금지법 통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거부 등을 열거하며 “유엔 인권이사국 연임 실패는 예고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북한의 심기 보좌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권 외교의 결과가 국제적 망신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것이 진짜 외교 참사”라고 논평했다.

신용일 박세환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