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주호, 국제회의서 “AI 평가로 수능 대체하자”

입력 2022-10-12 17:18 수정 2022-10-12 18:18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교육 관련 국제회의에서 인공지능(AI)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AI를 비롯한 교육정보기술(에듀테크)을 활용해 평상시 학생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누적해 대입에 활용하면 수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자는 그간 저서와 기고문 등을 통해 현행 5지 선다형 수능 체제가 교육 혁신의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왔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적용할 새 대입제도를 설계하는 중이다. 그가 국회 검증 절차를 거쳐 임명될 경우 새 대입제도의 설계 책임자가 된다. 수능을 자격고사 수준으로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6월 아시아교육협회 등이 주관한 ‘2021 High Touch High Tech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능 폐지를 언급했다.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자격으로 컨퍼런스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그는 “학습과 평가가 분리되는 건 많은 낭비를 초래한다. 수능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은) 내가 필요한 공부, 정말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수능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며 “이런 학습과 평가의 분리 문제를 AI를 통해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은 스텔스 평가라고 해서 그냥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고 있으면, 스텔스 전투기처럼 안보이게 평가는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수능 대신에 듀오링고(인공지능 기반 언어학습 프로그램)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써서 부담을 확 줄일 수 있다. (대입의) 많은 문제들이 AI 교육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학교에서 교사와 AI 기술이 공동으로 학생들이 공부하는 과정마다 자연스럽게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누적해 분석하면 수능이 필요 없게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지난해 1월 그가 공저자로 참여한 ‘AI교육혁명’에서도 나타난다. 이 후보자는 “(수능으로 대표되는) 고부담 시험으로는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역량을 평가 못한다. 입시는 결국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지속적 맞춤평가와 교사가 인간적 연결을 통한 평가로 대체된다”고 내다봤다.

지난 2월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는 “(AI와 교사의 협업으로) 학습과 평가의 통합으로 평가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높일 수 있게 되면 수능과 같은 고부담 시험은 10년 이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대입 제도는 큰 변화를 앞둔 상황이다. 우선 오는 2025년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했지만 현 정부도 국정과제로 이어받았다.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진로·적성에 따라 수업을 골라듣고 학점을 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고교학점제용 대입 제도는 내년 상반기 시안이 나오고 2024년 2월 확정 예정이다. 고교학점제는 현행 수능과 양립하기 쉽지 않은 제도여서 수능 영향력을 줄여야 안착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많다. 이 후보자 역시 고교학점제 도입에 강한 찬성 입장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수능에 대한 인식, 정부의 고교학점제 추진 상황 등을 고려하면 수능 자격고사화 시도가 있을 걸로 본다”며 “결국 새 대입제도에서 수능의 힘을 빼는 작업은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는 일반 대중의 인식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