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살해하려 한 대학생, 항소심서 선처받은 이유…

입력 2022-10-12 16:45 수정 2022-10-12 16:55
국민일보DB

같이 사는 대학교 동기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선처를 받아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황승태)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24)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4일 오전 11시20분쯤 강릉시 포남동 한 빌라에서 잠을 자는 친구 B씨(24)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같은 날 오전 1시쯤 귀가해서 불을 켜 밥을 먹다가 B씨가 잠을 깨웠다고 화를 내며 담배꽁초까지 던지자 범행을 결심했다.

대학교 동기인 두 사람은 수개월 전부터 함께 지냈으나 생활 습관이 달라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인터넷 도박자금 등으로 돈을 빌려 간 B씨가 평소 모욕적인 언행을 하는 등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불만을 품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범행 후 7시간 이상 피해자가 범행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감시해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종합했다”며 실형을 내렸다.

이후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황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다”며 집행유예로 감형한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먼저 A씨를 향해 “피해자가 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트라우마로 남을 확률이 높다”며 “어떻게 이런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느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해 간곡히 선처를 요청했고, 피고인이 수감 기간 참회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이유를 밝혔다. 이어 A씨에게 “선처하기로 했으니 수감 중 느꼈던 것들 명심하고, 앞으로는 어려운 일이 닥쳐도 감정을 잘 절제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