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故)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해 실형이 확정된 최종범(31)씨에 대해 법원이 유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은 최씨의 협박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9단독 박민 판사는 구씨 유족이 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28일 “7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 했다.
최씨는 2018년 9월 구씨와 다투는 과정에서 팔과 다리 등에 타박상을 입히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형을 확정받았다. 최씨는 구씨의 몸을 동의 없이 불법촬영한 혐의도 받았지만 대법원은 “구씨 의사에 반해 몰래 촬영한 것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구씨로부터 명시적 동의가 없었지만 구씨 의사에 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후 구씨의 유족은 최씨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2020년 7월 “최씨의 협박과 강요행위 등으로 구씨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며 최씨를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최씨가 유명 여성 연예인인 구씨의 동영상을 유포할 경우 막대한 성적 수치심(성적 불쾌감)과 동시에 연예계 활동을 더 할 수 없게 될 점을 악용, 구씨를 협박했다”며 “구씨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었을 것”이라고 했다.
“어린 나이에 연예인 활동을 시작해 상당한 성공을 거뒀던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앞으로의 삶에 대한 희망과 의욕을 상실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한 재판부는 “최씨의 불법행위로 인해 구씨가 사망에 이름으로써 구씨의 가족인 원고들에게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줬다. 구씨와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구씨의 유족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에스 노종언 변호사는 “법원에서 통상적으로 사망시 인정해주는 위자료의 최대치에 가깝다”며 “이는 최종범의 죄질이 나쁘다는 거을 법원에서 인정한 것이다. 구씨의 안타까운 선택에 최종범의 범행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 걸 인정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