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대출·영끌·빚투까지…‘청년부채’가 선교과제로?

입력 2022-10-12 16:16 수정 2022-10-12 16:51

‘채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 청년들을 설명하는 수식어 가운데 하나다. 학자금 대출을 시작으로 ‘영끌’ ‘빚투’ 투자 실패 등 무거운 빚을 떠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2030 청년들의 재무 상태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지난달 ‘청년 부채 문제, 교회가 조속히 끌어안아야 할 선교적 과제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윤실 같은 기독시민단체나 선교단체 등이 청년부채를 기독교 선교과제로 연결시키는 건 전례가 없었다. 그만큼 청년부채 문제가 심각한 사회 및 신앙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기윤실은 성명서를 통해 “‘빚’에 대한 사회적 낙인 때문에 청년들이 제대로 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채 문제로 고민하는 교회 내 청년들을 대상으로 문제 해결을 통한 경제적, 영적 회복을 경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윤실은 청년들의 건강한 경제 습관을 위해 2017년부터 매년 ‘청년 재무 상담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청년들이 가진 다양한 경제적 어려움과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고, 함께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개설됐다.

최주리 기윤실 간사는 12일 “(사회와 교회에서는) 제대로 된 성경적 재정 가치관을 가르치지 않는다”며 “(교회가) 주식, 코인 등 불로소득에 관해 명쾌한 답변을 하지 않다보니 청년들이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교회가 성경적 재정 가치관 등을 제시하고 전파할 필요가 있다는 방증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다중채무자 현황’ 연합뉴스 제공

김현아 기윤실 사무국장은 “청년들의 어려운 사정은 생계와 연결돼 있다. 기본적인 생활비와 학자금이 없어대출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부모가) 자녀 명의로 대출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고 지적했다.

최 간사는 “청년들은 교회 내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 교회 내에서도 청년들은 불쌍한 존재, 부족한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교회 내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을 향해 따뜻한 쉼터가 되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청년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도록 위로를 제공해주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다중채무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다중채무자는 450만9000명을 기록했다. 다중채무자는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를 뜻한다. 이 가운데 2030세대의 다중채무 차주 수는 139만 3000명으로, 전체 채무자의 3분의 1에 달한다.

실제로 기윤실 재무 상담소를 찾는 청년들은 적게는 몇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대부업체·카드론·학자금 대출·보험 대출·햇살론·마이너스 통장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무국장은 “청년들이 건강하게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또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선교적 과제”라고 말했다.

기윤실 청년상담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3월 열린 '청년들의 재정건강 마음건강'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기윤실 제공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