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견 경태’와 함께 택배 일을 다니며 인기를 모았던 택배 기사가 후원금을 받은 뒤 잠적했다가 6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주범으로 지목된 택배기사의 여자친구가 구속됐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최근 사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여성 A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경태 아부지’라 불리는 택배기사 B씨와 함께 반려견 ‘경태’와 ‘태희’의 심장병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신고 없이 거액의 후원금을 모으고, SNS 계정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갚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이들이 횡령한 6억원의 대부분이 A씨의 통장으로 넘어간 것을 확인하고 A씨를 주범으로 보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일 오후 8시쯤 대구에서 검거됐다. 두 사람은 대구에 거처를 마련하고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등의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 경태와 태희는 건강한 상태로 현장에서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거쳐 지난 6일 A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해 이날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택배기사 B씨는 불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A씨와 B씨는 지난 3월 운영하던 인스타그램을 통해 “경태와 태희가 심장병에 걸렸는데 치료비가 없고, 누군가 차 사고를 내 택배 일도 할 수 없다”면서 후원금을 요청하는 글을 게시했다.
많은 금액의 후원금이 모아진 후 B씨는 “허가받지 않은 1000만원 이상의 개인 후원금은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후원금 반환을 약속하는 글을 올렸지만, 실제 반환하지 않은 채 인스타그램 계정을 돌연 비활성화해 논란이 됐다.
앞서 B씨는 택배 차량에 몰티즈 종인 반려견 경태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CJ 대한통운은 지난해 1월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