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 “5% 이상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다만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서는 “시장에 주는 영향을 보고 결정해야 하기에 불확실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채 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연 3.50%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대해 “다수 위원이 말한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한은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3.00%로 0.50%포인트(p) 올린 데 이어 내년 초까지 0.50%포인트 추가 인상을 시사한 셈이다. 이 총재는 “다만 그(연 3.50%)보다 낮게 보는 위원도 있다”면서 “포워드 가이던스는 항상 전제가 있고, 확정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미래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새로운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뜻한다.
그는 또 “금통위원들의 전반적인 의견은 워낙 불확실성이 심하다는 것”이라며 “많은 금통위원이 인상 기조를 가져가되, 11월 금통위 이전 많은 요인이 시장에 주는 영향을 보고 11월 인상 폭을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 사이클에서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연 3.50%로 예상하는데 합리적인수준인가?
“최종금리가 3.50%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다수의 금통위원이 말씀하신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그보다 낮게 보는 위원도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 때문에 하도 비난을 많이 받아서 말씀드리는데, 이런 것은 항상 전제가 있고 확정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겠다고 했었는데.
“오늘 드렸다고 생각한다.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 가져가겠다. 11월은 금통위원 간 이견 많고 고려할 점 많아 당장 결정하기 어렵고, 5%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면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이다. 이 정도면 많은 정보를 시장과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0월에 두 명의 금통위원이 소수의견을 냈는데, 11월 빅스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봐도 되나.
“어느 방향으로 말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금통위원 간 의견이 갈려 많은 토론을 통해 0.50%포인트 인상을 결정했고, 전반적인 의견은 워낙 불확실성이 심하다는 것이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전 세계 경제가 동요할 수 있다. 지난 7월에 0.50%포인트를 올렸을 때 자신 있게 가이던스를 드렸던 것은 금통위원 간 컨센서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많은 금통위원이 인상 기조를 가져가되, 인상 폭에 대해선 11월 금통위 이전 많은 요인이 시장에 주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불확실하다고 답변을 드린다.”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간다고 했는데 ‘당분간’은 현시점으로부터 3개월이 맞나. 내년 초까지 5%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높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는 한 금리 인상을 지속한다는 발언과 상충하는 것 아닌가.
“당분간은 3개월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금통위원 간 이해를 하고 발표문을 작성하고 있다. 저희 물가 전망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진 5%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3개월, 내년 초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발언은 상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5%를 상회하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있으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단 뜻은, 5% 이상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우리나라에 나쁜 영향 줄 수 있기 때문에 물가 중심의 경제정책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5%는 미래를 바라보는 숫자로, 지난달 발표된 5%로 보시면 안 된다. 5%에서 소폭 떨어졌다고 해서, 이제부터 금리 인상 기조 사라지고 낮출 거야, 이렇게 기계적으로 해석하시면 (안된다).”
-오늘 50bp(1bp=0.01%포인트) 인상했는데, 소비자물가와 경제성장률,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지난 8월부터 금리가 250bp 오른 건데, 저희 계량모델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진 물가 상승률을 누적 1%포인트 정도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성장률은 추가 50bp 인상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전후로 낮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면 이자 부담은 가계와 기업을 합쳐 약 12조2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계량 분석해서 정책 결정을 하는데, 계량 분석 시 과거 데이터 활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환율 변동을 크게 좌우하는 것은 달러 강세에 대한 전망이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미국 달러 강세, 위안화·엔화 변동 등도 있다는 점까지 함께 보고 고려해주시면 정책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1년 가까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주택 가격 하향 안정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부동산 가격이 지난 1∼8월, 여러 지표가 있지만, 실거래가 기준 3∼4% 정도 떨어진 걸로 파악하고 있다. 금리 올랐으니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고, 한편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이 내려갔으니 빚을 내 집을 산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많이 고민하고 있지만, 반대로 보면 지난 2∼3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고 가계부채 늘어 금융 불안의 원인이 됐다. 이번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가격·가계부채 증가율 조정이 국민에게 고통을 줄 수 있어 죄송한 마음이지만 거시 경제 전체로는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준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 이자 부담도 늘어나는데.
“다중채무자·저소득자·저신용자 등 취약계층과 1∼2%대 금리가 10년 갈 줄 알고 많은 빚을 내 부동산을 산 젊은 신혼가구에게는, 고통이 크다는 것 부인할 수 없다. 지금 금리가 오르는 속도가 국제 경제 상황 때문에 이전과 비교해 가장 빠른 시기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으면 기대 인플레이션도 높아질 수 있다. 근원 인플레이션도 오르는 추세임을 고려했을 때, 지금 물가 오름세를 잡지 않으면 나중에 실질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 거시적으로 일단 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고, 물가 어느 정도 잡히면 성장 정책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