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로 ‘최애’ 아들 잃은 엄마의 고백

입력 2022-10-12 13:06 수정 2022-10-12 14:49
김은숙 집사가 지난 9일 경북 포항 오천제일교회에서 간증하고 있다. 오천제일교회 홈페이지 캡처


“가장 사랑하는 늦둥이 내 아들을 잃었지만 이제 세상의 모든 아이를 품기로 했습니다”.

지난 9일 오전 경북 포항 오천제일교회(박성렬 목사)에서 이 교회 김은숙 집사의 간증이 시작되자 예배당은 이내 눈물바다로 변했다. 김 집사는 지난달 6일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하면서 늦둥이 아들 김모(15)군을 잃었다. 함께 있던 김 집사는 파이프를 붙들고 14시간을 버틴 끝에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한 공간에서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간증은 시종 침울했다. 자신만 살았다는 미안함과 아들을 향한 그리움이 깊이 묻어 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이집트 선교사가 되겠다던 아들, 그 아들이 옆에 없다는 게 믿기질 않아요. 너무 보고 싶고 한 번 더 안아주고 싶고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싶어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 당일의 사연도 꺼냈다. 김 집사는 “사건 전날 왠지 떡볶이를 먹이고 싶어 사줬더니 아들이 너무 잘 먹었던 기억이 난다”면서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나서는데 아들이 따라 나오며 ‘내가 지켜줄게. 내가 엄마 보호자 해 줄게’라고 했었다. 그게 마지막이 됐다”고 전했다.

주차장에 들어갈 때는 2~3㎝ 정도 물이 찬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출구로 방향을 틀자 이미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고 결국 주민 몇 명이 고립됐다. 다른 출입구를 찾아 돌아섰을 때 정전이 됐다고 했다.

소방서 및 군 관계자들이 지난달 6일 저녁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물이 차오르자 김 집사는 “OO아. 우리 천국에서 만나자”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아들도 탈출이 어렵다는 걸 직감한 듯 “엄마 미안해. 키워줘서 고마워. 사랑해”라고 한 뒤 회개기도를 시작했다고 했다. 김 집사는 “아들이 ‘하나님 제가 지은 모든 죄 용서해 주세요’라고 기도한 뒤 ‘엄마 사랑해’라는 외침을 끝으로 칠흑 같은 어둠, 차오르는 빗물 속으로 사라졌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 집사는 고통 속에서 희망을 찾고 있었다. 그는 “아들 친구들에게 ‘OO이는 천국에 갔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이제 너희를 위해 기도할게. 언제든 집에 놀러 오고 너희들도 꼭 하나님 믿으라’고 당부하고 있다”면서 “아들 방에서 놀다가는 친구들, 지하주차장 가서 기도하는 친구들, 실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아들이 선교단체 비전캠프에 참석하면서 신앙적으로 많이 성숙했었다”면서 “앞으로 아들의 삶을 기억하며, 받은 사랑과 은혜를 나누며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바랐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