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북한, 세계 4~5위 핵 무력국…한미일 안보 협력 불가피”

입력 2022-10-12 11:11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시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중국의 군사 굴기와 북한, 중국, 러시아 간 북방 3각 연대의 부상에 따라 한국, 미국, 일본 3국 간 안보협력, 즉 남방 3각 연대의 가동도 불가피한 현실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 전 총리는 미국을 방문 중이다.

정 전 총리는 이날 펜실베니아대학에서 개최한 외교안보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에서 기조발표 연설문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이런 3국 간 안보협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일간의 과거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 그는 “윤석열정부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 듯하나 일본은 2015년 합의 이후 경색된 양국관계 책임을 한국에 모두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태도로는 윤석열정부가 의지가 있어도 국민 여론 때문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일본도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는 모습을 보여야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에 대해선 “기시다 내각은 평화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의석도 확보했기에 이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일본은 이를 위해서도 인근국들과 우호적 관계 수립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정 전 총리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북한 미사일 도발 빈도는 2017년 한창 긴장이 고조돼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분노와 화염(Fire&Fury)’과 ‘코피(Bloody Nose)’를 말할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수십 개의 이동발사대(TEL)와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사실상 세계 4~5위의 핵 무력국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 미국에까지도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된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당시 미국의 제한적 대북 선제타격 개념인 일명 코피 작전이 끊임없이 제기되기도 했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앞서 북한은 핵 무력 정책에 대한 최고인민회의 법령을 통해 핵 무력의 사명과 구성, 지휘통제 등을 규정했다.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우리의 핵 정책이 바뀌려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며 “절대로 먼저 핵 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는 “주관적 판단에 따라 핵을 선제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면서 “북한은 어떤 제재를 가하더라도 이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는데 제재만으로는 북한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런 상황 악화를 방치하기보다는 한국과 미국은 머리를 맞대고 창의적이고 담대한 구상, 즉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꿀 수 있는 구상을 만들어 북한에 마지막 제안을 해봐야 할 때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정 전 총리는 펜실베니아대학 초청으로 지난 10일 방미했다. 그는 14일까지 미국에 체류하며 ‘한국의 코로나19 대응과 국제협력’을 주제로 강연(12일)하고 한국 유학생과의 간담회(13일) 등의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