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 3%시대가 10년 만에 도래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세자금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라는 점에서 이들의 가계부채 부담이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전세자금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변동금리형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작년 말 기준 151조 5000억 원으로 전체 162조 원의 93.5%를 차지했다.
전세자금 대출 중 변동금리형 대출 비중은 2019년 말 83.2%에서 2020년 말 86.7%, 지난해 말 93.5%까지 최근 3년간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은 고정금리형 대출이 서민금융지원을 위한 일부 정책금융상품에서만 공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출잔액 증가와 대출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불과 2년 전 연 2∼3%에 불과했던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연 7%에 육박한 상황에서 한은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14년 만에 연내 8%에 근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32만8000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8월 이후 0.25%포인트의 10배인 2.5%포인트가 뛰었으니, 대출자 한 사람의 연 이자도 164만원씩 불어난 셈이다.
문제는 연말까지 대출금리가 더욱 치솟을 것이란 점이다. 시장에선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에도 또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5%대 상승률을 보이는 데다 원달러 환율 역시 변동성을 확대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상승 폭(0.75%P)만큼만 높아져도 연말쯤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8%에 근접할 수 있다. 현실화될 경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거의 14년 만의 일이다. 전세자금 대출의 이용 고객은 20~30대 청년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 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만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이 타 연령대에 비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 6월 말 기준 20대 차주 수는 30만 6013명(22.2%), 30대 차주 수는 54만 2014명(39.4%)으로, 20∼30대 차주가 전체의 61.6%를 차지했다. 대출 금액 기준으로도 20대 차주가 23조 8633억 원(14.1%), 30대 차주는 70조 1325억 원(41.5%)으로 20∼30대 전세대출 잔액(93조 9958억 원·55.6%)이 100조 원에 육박했다.
이에 진 의원은 “전세자금 대출은 주거를 위한 생계용”이라며 “금리의 가파른 인상으로 청년층이 과도한 빚 부담을 떠안아 부실화하지 않도록 전세자금 대출 대환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