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전개했다며 노동당 창건일에 공개한 사진 일부가 과거 사진을 재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투기 150대가 동시 출격했다고 밝힌 대규모 항공 훈련 과정은 실제보다 부풀려졌고, 훈련 도중 추락하거나 이륙에 실패한 전투기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사진 가운데 동해상 무인도 표적을 타격해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은 올해 1월 북한이 공개한 사진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사진은 북한이 ‘서북부 저수지수중발사장’에서 실시한 탄도미사일 시험 사진과 나란히 실은 것이었다. 수중발사 사진 속 미사일은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보인다. 북한 매체는 사진에 따로 설명을 달지는 않았지만 저수지 발사 SLBM으로 동해상 표적 섬(알섬)을 타격했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은 지난달 25일 미사일이 표적 섬을 타격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발사 원점인 평안북도 태천으로부터 동해 표적까지 거리는 400㎞가량이지만 당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600㎞로 탐지됐기 때문이다.
특히 군 당국은 분석 과정에서 이 사진이 지난 1월 북한이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사진과 같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두 사진을 비교하면 폭발 섬광의 형태뿐만 아니라 섬 주변의 물결 모양까지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북한이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 정보를 과장 또는 조작해 공표했을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그 사진에 정확한 설명을 달지 않아 어떤 의도로 그 사진을 썼는지 알 수 없지만 해당 사진은 25일 발사한 미사일로 표적을 타격하는 모습이 아니며 과거 사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영상·사진 조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3월 24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며 관영매체를 통해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실제로는 화성-15형을 쏜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발사 성공 장면이라며 공개한 사진·영상은 화성-17형이 공중폭발하기 직전 발사 초기 장면 등 기존 화면을 ‘짜깁기’한 것으로 한·미 군 당국은 판단했다.
대규모 항공 훈련 역시 과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8일 전투기 150여 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을 했다고 10일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0대 안팎의 전투기가 동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훈련 도중 추락한 전투기가 있었고, 제대로 이륙하지 못하거나 비행장에 급히 비상착륙한 기체도 있었다고 한다.
SBS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측이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 레이건 항공모함이 전격 회항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급히 대대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 연구실장은 SBS 인터뷰에서 “북한 같은 경우 공군 훈련을 굉장히 적게 한다”며 “노후화된 장비 때문에 갖는 한계가 여실히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정부 소식통은 “사진 재활용이나 훈련 항공기 추락 등 북한이 급하게 이번 훈련을 준비하고 공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보인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