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들 두고 6·25 참전…故 박태인 경사 유해 발굴

입력 2022-10-11 16:54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유해를 발굴하고 있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장병.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는 사진. 국방부 제공

북한군과 유격전을 벌이다가 전사한 고(故) 박태인 경사의 신원이 유해 발굴 15년 만에 확인됐다. 박 경사는 전쟁 당시 2살이던 아들 박완근씨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07년 5월 전남 영광군 삼학리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이 박 경사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박 경사는 전쟁 발발 당시 벌교경찰서에서 순경으로 근무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된 뒤 북한군 6사단의 호남 진출을 막기 위해 호남지역 전투(1950년 7월 20∼25일)에 참전했다. 이 전투는 국군과 전남 경찰국이 함께 전개했다.

박 경사가 소속된 경찰 소대 병력은 이 전투에서 삼학리를 사수했다. 이후 영광 방면으로 진출하는 북한군 대대에 맞서 유격전을 펼치다 영광 불갑산으로 후퇴했다. 고인은 이 작전을 펼치던 중 전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6·25전쟁 전사자 고(故) 박태인 경사의 생전 모습. 국유단 제공

박 경사는 전남 광양시 진정리에서 4남 4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전쟁 발발 당시 슬하에 1남을 뒀다.

당시 2살이던 아들 박씨는 부친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박씨는 아버지의 유해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무슨 일인지 멍해서 잘 모르겠다. 옛날 같으면 생각도 못 할 일을 국방부와 대한민국 정부가 해냈다”며 “아버지를 그토록 찾기 원했던 할아버지와 어머니 옆에 고이 안장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경사의 아버지는 아들의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수년간 보성과 벌교 일대를 찾아 헤맸다고 한다. 그러다 뜻을 이루지 못한 채 1976년 95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박 경사의 신원 확인 통보 행사는 오는 13일 광양에 있는 유가족 자택에서 시행된다. 유해는 가족 의사에 따라 선산 가족묘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번 신원 확인은 박씨가 방송에서 유해발굴 사업을 접한 뒤 2020년 10월 광양시 보건소를 방문해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한 덕분에 가능했다.

군 당국이 2000년 4월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시작한 뒤 현재까지 신원을 확인한 전사자는 박 경사를 포함해 모두 197명이다. 유해가 발굴됐으나 비교할 유가족 유전자 시료가 없어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전사자 유해는 1만여구에 이른다.

국유단은 “6·25전쟁에 참전했거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친인척이 있다면 국유단(1577-5625)으로 연락하거나 보건소, 보훈병원, 군병원 등에서 실시하는 유전자 시료 채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전자 시료 채취를 희망하나 거동 불편, 생계 등 이유로 방문이 어려우면 국유단이 직접 찾아갈 수도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