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의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자신이 7주째 1위를 했다는 여론조사와 관련해 나경원 전 의원은 “같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7주 연속 1등은 나”라고 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전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당대표 여론조사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 유 전 의원이 올린 기사는 “유 전 의원이 정통 보수 지지층이 밀집해 있는 대구·경북(TK) 거주 응답자 사이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으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의 선전이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으로 보기만은 어려운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유 전 의원은 같은 날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은 이들이 유승민을 떠올린다. 유승민은 여기에 호응할 수 있을까”라는 칼럼도 공유했다. 그의 최종 출마 결심을 둘러싸고는 아직 주변의 반응이 엇갈리지만 “일단 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나 전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유 전 의원이 공유한 여론조사가 흥미롭다”며 “같은 여론조사에서 국힘 지지층 7주 연속 1등은 나, 본인이라고 구태여 언급하지 않겠다. 여론조사는 참 많은 함정이 있으니”라고 했다. 수도권 등을 포함한 국민의힘 지지층의 선호는 본인임을 강조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정권 초기부터 이준석 전 대표는 대통령을 양두구육이라며 흔들어대더니, 이제 유 전 의원이 뒤를 잇는가 보다. 윤석열 당원도 징계하라니”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국민을 개·돼지 취급 말라”는 등 윤 대통령을 비판했던 유 전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다음 당대표 후보로 친윤, 비윤, 반윤까지 다양히 거론된다. 잊지 않아야 할 한 가지는 친윤이든 비윤이든 반윤이든 윤석열 대통령이 실패하면 대한민국의 정상화는 물 건너간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언급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 넥스트위크리서치(KBC광주방송-UPI뉴스 의뢰)가 지난 4~5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 ‘국민의힘 당대표 선호도’에서 유 전 의원은 29.7%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기록한 나 전 의원(12.2%)과 17.5% 포인트 격차다. 유 전 의원은 같은 기관의 8월 3주차 조사 이후 7주 연속 선두였다.
다만 보수층만을 대상으로 한 적합도 조사에서는 나경원(22.9%) 유승민(17.3%) 안철수(13.6%) 이준석(13.5%) 김기현(7.6%) 정진석(6.7%) 조경태(1.8%) 윤상현(1.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조사방법은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ARS 전화조사다. 응답률은 4.1%다.
원내에선 일찍이 당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한 김기현·안철수 의원 간 기싸움이 커지고 있다. 김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당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2024년 총선을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당의 총선 승리만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쏟아붓고, 차기 대선 불출마를 포함한 그 어떤 개인적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을 직격한 모양새다.
이에 안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당에서 뿌리가 아주 깊은 분들은 당대표에 당선이 되면 공천을 줘야 할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며 “저는 그런 (공천을 줘야 할) 부담이 없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총선)는 수도권이 최전선이 될 것이다. 수도권에서 지휘관이 나와야 한다”고 울산이 지역구인 김기현 의원을 겨냥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