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5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이은 전북 무주의 주택 가스중독 추정 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이 보일러 연통 배기구 일부가 막힌 정황을 10일 현장 감식을 통해 확인했다. 이 때문에 배기구를 타고 외부로 빠져나가야 할 일산화탄소(CO) 일부가 집 안으로 들어와 사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와 함께 2시간에 걸쳐 사고가 난 무주군 무풍면의 주택에서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주택 내부에 설치된 보일러에서 외부로 가스를 내보내는 연통 배기구 일부가 이물질로 막힌 것을 밝혀냈다. 이 이물질은 보일러 연소 과정에서 지속해서 쌓인 타르 성분의 그을음 물질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일러를 작동해본 결과 보일러에는 이상이 없었고 연통 끝 부분이 이물질로 막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일산화탄소가 집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가족들이 모처럼 모였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보일러를 틀었던 것 같다”며 “현재까지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며,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구체적 경위를 더 살펴보겠다”고 했다.
한편 전날 오후 4시 54분쯤 무주군 무풍면의 한 주택에서 A씨(84 여)와 A씨의 작은 딸, 사위 2명, 30대 손녀 등 5명이 숨진채 발견됐다. 50대 첫째 딸은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 경찰은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A씨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쓰러져 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다음주 있을 A씨의 생일을 미리 축하하기 위해 연휴를 맞아 전날 서울 등지에서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