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해외 입양’ 증거 나왔다… 친부모 있는데 ‘고아’ 기재

입력 2022-10-10 16:35
한국사회봉사회(KSS)가 2016년 덴마크 입양인 A씨(47)에게 보낸 편지 일부. A씨의 영문 입양서류에 기재된 친부모 생존 여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 제공

국내 입양기관이 과거 아동을 해외로 입양보내면서 만든 관련 서류가 거짓으로 작성됐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생부가 멀쩡히 살아있는데도 영문 서류엔 해당 아동이 고아라는 취지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은 한국사회봉사회(KSS)가 A씨(47)에게 2016년 보낸 편지 원문을 10일 공개했다. KSS는 1964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보육 및 입양위탁 사업 등을 진행했다. A씨는 과거 KSS를 통해 덴마크로 입양됐다.

편지에서 KSS 관계자는 A씨의 입양 관련 영문 서류가 잘못 작성됐다고 인정했다. 해당 서류엔 A씨가 부산의 한 보육원 출신인 것으로 기재됐는데, 이는 그저 입양 절차를 위해 만들어진 내용일 뿐 사실과 달랐단 것이다.

입양 서류 원문에 담긴 A씨 출생 배경은 영문판에 적힌 것과 딴판이었다. KSS 측은 A씨가 의류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초반의 부모 사이에서 1975년 4월 20일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친모는 집을 나갔고, 친부가 이후 엿새 만에 A씨를 입양보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친생부모가 있음에도 입양 보내려는 아동에게 고아 호적을 부여하는 행위가 만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실태 파악을 위해 기관들이 적극적인 자료 공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외입양 문제 연구자인 신필식 입양연대회의 사무국장은 “(과거 해외 입양은) 원가족과 관한 기록, 입양 가족에 대한 심사, 사후 관리라는 세 가지 절차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