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법무장관, 이재명 수사목적 미국행”… 한동훈 “내부고발인가”

입력 2022-10-10 16:08 수정 2022-10-10 16:11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난 6월 미국 출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문재인정부 주요 인사를 ‘일망타진’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이는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수사지휘로서 탄핵 사유라고 10일 라디오 방송에서 주장했다. 한 장관이 당시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한 것은 대북 제재를 우회해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했다가 처벌된 이더리움 개발자 버질 그리피스의 사건을 살피기 위한 것으로 짐작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사건 수사기록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이 대표의 이름이 나온다며 한 장관의 수사지휘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6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질문받고 “그렇게 추측하는 것은 근거가 박약하다”고 답했었다. 김 의원이 거론하는 자료는 일반적으로 인터넷으로도 검색되는 것이며, 수사 공조를 위한 당시 출장이 특정한 개별적 목적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그런데 범법 가능성이 크다면 미국과 우리가 조사하면 안 된다는 얘기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날 김 의원의 라디오 발언 이후에는 “‘범죄 신고나 내부고발을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장관의 미국 출장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조사를 계속 했다”며 국감 당시 거론한 버질 그리피스의 사건을 재차 말했다. 대북제재를 회피한 가상화폐 송금 방안을 강연했다가 미국에서 처벌이 이뤄진 사건과 관련, 문재인정부 인사들의 연루 정황을 한 장관이 파악하려 했다는 것이 김 의원이 제기하는 의혹의 요지였다. 버질 그리피스는 2019년 4월 평양을 방문해 이더리움을 통한 해외 송금 기술을 소개했었다. 올 초 미국 검찰이 기소해 징역 63개월을 선고받았다.

김 의원은 미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그리피스의 이메일이 있으며, “그 이메일 안에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등장을 한다”고 라디오에서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의 주요 인사들 그리고 이재명 시장을 속된 말로 하면 일망타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얼핏 보면 문재인정부 인사들이 북한을 돕기 위해 굉장히 불법적인 일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정치적인 정적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고도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국회사진기자단

앞서 지난 6일 국감에서도 김 의원은 한 장관의 미국 출장 목적에 이러한 부분이 담겨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한 장관은 “외람되지만 제게 이것을 왜 물어보시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반응했다. 김 의원은 그리피스가 주고받은 이메일이 있는 영문 50~60페이지 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는데, 한 장관은 “구글링하면 나오는 자료이며, 저 얘기가 있었다는 건 이미 나온 얘기”라고 답했었다. 김 의원이 “법무부 장관이 굉장히 바쁜데, 구글링해서 봤다면 대단한 관심이 있다고 보인다”고 하자, 한 장관은 “일부러 구글링해서 봤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구글링하면 나오는 자료”라고 했다. 미 검찰이 그리피스가 한국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관련 사업을 추진하려던 정황이 담긴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한 내용은 지난해 9월 언론 보도가 이뤄졌었다.

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한동훈 장관이 미국을 다녀온 이후로 해외 송금, 정체불명의 해외송금에 대해서 금감원, 국세청, 관세청, 검찰, 아주 전방위적으로 지금 이걸 하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김어준씨가 “북한과 이재명 대표를 엮으려 한다, 그런 의도가 엿보인다는 게 의원님 주장이냐”고 묻자 김 의원은 “그렇죠”라고 답했다. 장관이 부장검사를 대동해 미국에서 조사를 했다면 구체적 사건 수사지휘를 금지한 검찰청법 8조 위반이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사안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었다.

한 장관은 김 의원의 라디오 발언 이후 “김의겸 대변인 말처럼 대한민국 정치인이 북한 가상화폐 범죄와 연계되었다면 범죄의 영역인데, 김 대변인은 지금 ‘범죄신고나 내부고발’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저런 범죄가 드러나도 수사하지 말라고 미리 ‘복선’을 깔아두는 것인지 묻고 싶다”는 입장을 냈다. 김 의원은 이에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핑계로 눈속임을 해가며 미국에 출장 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정당당하게 미국 출장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다시 냈다. 당시 출장에 동행한 나욱진 부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장으로서 불법 외환송금 의혹 사건을 계속 수사하는 것도 석연찮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이에 한 장관은 “국제공조협력 업무는 법무부의 고유업무이고, 법무부 장관 해외출장 시 실무담당부서장인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이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 통상 업무절차”라고 재차 입장을 냈다. 한 장관은 “‘북한 가상화폐 사건과 이재명 대표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는 어느 누구도 아닌 김의겸 대변인 본인이 갑자기 국감에서 하신 것이니, 그렇게 의혹을 제기한 근거를 밝히시고, 같은 당 이재명 대표에게 진위를 확인하시면 될 문제”라고 했다.

한 장관은 “얼마 전 ‘악수 거짓말’처럼, 김의겸 대변인은 자주 머릿속 상상을 현실에서 쉽게 말씀해 주위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이재정 민주당 의원에 따른 말이라며, 지난달 한 장관이 안양법무시설 현대화 및 안양교도소 이전 사업 업무 협약식에 참가했다 돌아가는 이 의원을 엘리베이터까지 쫓아와 ‘폴더폰’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했었다고 유투브 방송에서 말했었다. 이 의원은 거절할 수 없어 최소한의 격식을 갖췄는데, 악수 현장이 카메라에 찍혔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공개된 현장 영상을 보면 한 장관과 이 의원은 엘리베이터 앞이 아닌 회의실에서 악수했다. 한 장관의 옆에 서 있던 이 의원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