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0일 ‘세계 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폐지를 촉구했다. 인권위는 2005년 사형제에 처음 의견을 표명한 뒤 폐지해야 한다는 뜻을 줄곧 유지 중이다.
인권위는 이날 송두환 위원장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사형제의 범죄 억제와 예방 효과는 국내외에서 검증된 바 없는데도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사형제가 유지되고 있다”며 “사형제는 인간의 존엄성과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언급했다. 인혁당 사건은 1964년(1차)과 1974년(2차) 중앙정보부가 ‘북한 지령을 받은 대규모 지하조직’이라며 수십명을 검거한 사건이다. 2차 인혁당 사건 당시 1975년 4월 8일 사건 관계자 8명에 대한 사형 선고가 확정된 후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인권위는 인혁당 사건을 예시로 언급하며 “법원의 오판으로 생명권 박탈이라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사형은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인위적으로 생명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인 형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 세계 144개국이 사형제를 완전히 폐지하거나 집행하지 않고 있고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55개국에 불과하다”며 “세계적 흐름과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우리도 사형제 폐지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007년부터 한국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1997년 12월 3일 마지막 집행 이후 24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해 사형제 위헌 여부에 대한 세 번째 판단을 앞둔 헌법재판소에 폐지 의견을 제출 한 바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