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판매 전략’ 비웃더니… 업체들 ‘너도나도’

입력 2022-10-11 07:48

테슬라가 자동차를 100% 온라인으로 판매한다고 했을 때 여론은 차가웠다. 대표적 ‘고관여 제품(구입할 때 시간·노력·돈을 많이 들이는 제품)’인 자동차를 실물도 보지 않고 누가 사겠느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 비율은 갈수록 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너도나도 온라인 전략을 강화하는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온라인 거래액은 3조317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2조1845억원)보다 51.8% 증가했다. 온라인 판매는 중간 딜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유통과정이 줄어든다. 소비자는 차를 더 싸게 살 수 있고, 제조사는 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 카를로스 미네르트 한국GM 부사장은 “고객이 차량을 구매할 때 대리점을 방문하는 게 오히려 물리적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신규 브랜드를 한국에 내놓으면서, 첫 출시 모델인 픽업트럭 ‘시에라 드날리’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로 했다.

올해 2월 한국에 진출한 폴스타도 100% 온라인 판매 전략을 쓴다. 사전계약만 4000건을 돌파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지난해 9월부터 인증중고차, 10월부터 신차의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온라인 판매 비율은 중고차 21.9%, 신차 6%를 기록했다.

벤츠는 2025년까지 전체 판매의 25%, 전체 정비예약의 80%를 온라인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BMW코리아는 2019년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2020년에 500대를, 지난해에 5251대를 온라인으로 팔았다.

포드도 향후 출시하는 전기차의 온라인 판매 전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중고차 시장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소매 판매량 가운데 온라인 판매 비율은 49%에 이른다. 2020년 34.7%, 지난해 44.6%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 마켓’(판매자와 구매자의 정보 비대칭이 커 질 낮은 제품이 많은 시장)이다. 중고차 매물에 대한 불신이 커 비대면 판매가 거의 없었는데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케이카 관계자는 “중고차 딜러를 중개하는 게 아니라 직접 구입한 뒤 판매하기 때문에 상품 신뢰성이 높다. 타보고 마음에 안 들면 환불이 가능해 온라인 구매의 문턱을 낮춘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판매 방식의 변화를 촉발한 건 코로나19다. 여기에다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MZ세대가 불을 지폈다.

반면 현대자동차·기아는 한국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판매 노조의 반발이 심해서다. 유일하게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는 출시 1년 만에 5만대 가까이 팔려 경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