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제자와 성관계 후 “진짜 사랑”… 전문가 “그냥 범죄”

입력 2022-10-10 06:12 수정 2022-10-10 10:03
SBS ‘궁금한 이야기 Y’ 화면 캡처

태권도 도장에서 일하던 한 30대 남성이 중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자 피해 학생의 부모에게 “(피해 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한 사건이 전해져 공분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그루밍(길들이기) 범죄” “명백한 미성년자의제강간”이라며 이 남성의 행동을 비판했다.

탄로 나자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랑”
지난 7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는 중학교 3학년인 만 14살 A양의 사연이 전해졌다. 어머니 B씨는 A양이 올해 초 태권도장을 다니면서 전에 없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귀가 시간은 점차 늦어졌고 급기야 가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B씨는 답답한 마음에 태권도장 사범인 C씨(32)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B씨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그냥 경찰에 신고하시고 문제가 있으면 따로 얘기하셔야지 이러시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B씨는 담임선생님에게도 상담을 부탁했다가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A양이 태권도 사범과 몇 번 성관계했다”는 충격적인 얘기였다.

B씨는 C씨를 직접 찾아가 사실이 맞는지 따졌다. 그러자 C씨는 무릎을 꿇은 채 “맞다”고 답했다. C씨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A양도 저를 잊지 못하고 저도 A양을 잊지 못해서 미치겠다.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곧바로 C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C씨는 입건된 뒤에도 A양에게 계속 연락했다. B씨는 “그 사람이 당장 감옥에 가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며 “내 딸은 겨우 14살밖에 안 됐다”고 토로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화면 캡처

A양은 C씨와 관계가 처음에는 강압적이었다고 했다. A양은 C씨에 대해 말하면서 “‘태권도 끝나고 맛있는 거 사줄까?’ 해서 사범님이랑 단둘이 남았는데 탈의실로 끌고 가서 강제로 만졌다”며 “사범님이 바지를 벗을 때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성관계할 뻔했는데 안 했다”고 말했다.

이후 C씨는 A양에게 “좋아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계속되는 거절에도 ‘좋아한다’는 연락은 이어졌다.

A양은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점점 갈수록 편해졌다. 계속 생각나고 나중에는 좋아하게 된 것 같다”면서 B씨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했다.

방송에 따르면 C씨는 태권도 도장에 다니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아한다” “따로 만나자”고 말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둘이서만 있을 때 그런다” “거절 못 할 것 같은 애들만 골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진 찾아가자 ‘다른 사람’ 행세
SBS ‘궁금한 이야기 Y’ 화면 캡처

C씨는 제작진이 태권도장을 방문하자 다른 사람인 척 행세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대면서 “저는 여기 처음 와서 모르겠다. 여기 사범님이 문제가 있어서 잠시 맡아주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C씨 맞지 않냐”고 추궁하자 C씨는 “차에 가서 얘기하자”며 도장을 벗어났다. 이어 C씨는 제작진에게 “어른으로서 그러면 안 되고 제가 다 책임지고 처벌받을 것”이라며 “A양만 피해 안 가도록 해 달라. 상처 안 받게 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경찰 조사가 본격화되자 C씨는 A양에게 “폰 절대 뺏기지 말고 비번 자주 바꾸고 대화 내용 지우고” “만난 적 절대 없다고 해”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증거를 지우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언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전문가 “전형적 그루밍” “헛소리, 그냥 범죄”
전문가들은 C씨 행동을 명백한 범죄라고 분석했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그루밍 범죄의 패턴”이라며 “여러 타깃에 덫을 뿌렸다가 걸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더 그루밍 전략을 많이 쓰는 것이다. 돌봄을 주고 친밀감을 형성해서 그것을 대가로 성적인 요구에 순응하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자기가 사실은 덫에 걸린 거라는 걸 인식하기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했다.

이선경 변호사는 “너무나 명백한 미성년자의제강간 사건”이라며 “자기 자신을 연애니 사랑이니 포장하겠지만 헛소리고 그냥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제강간에서 중요하게 보는 건 어쨌든 아이가 몇 살인지 알고 있었느냐다. 그것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의제강간의 고의는 인정된다”며 “태권도 사범으로 아이가 몇 살인지, 몇 학년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자의 고의는 명백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