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손톱을 모두 합친 길이만 1306.58㎝. 세계에서 가장 긴 손톱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여성이 남긴 기록이다. ‘굳이 왜?’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이 기록의 뒤에는 사실 가슴 아픈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8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다이애나 암스트롱(64)은 올해 3월 ‘세계에서 가장 긴 손톱을 가진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는 1997년 마지막으로 손톱을 자른 뒤 지금까지 손톱을 자르지 않았다. 무려 25년 동안 단 한 번도 손톱을 자르지 않은 것이다.
기네스 측에 따르면 다이애나는 이전 세계 기록 보유자인 아이아나 윌리엄스가 지난해 4월 손톱을 자르면서 그다음 최고 기록자가 됐다.
다이애나의 손톱 관리에는 1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약 20병의 매니큐어가 필요하다. 손질에는 목공 도구가 필요하다. 그의 손톱을 유지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불편은 한둘이 아니다. 다이애나는 “만약 돈이 바닥에 떨어지면 나는 지폐만 주울 수 있다. 동전은 힘들다. 긴 손톱을 지닌 채 일상을 보내기 위해 남들보다 더 넓은 화장실을 가고, 자동차에 탈 때는 손을 내밀고 타야 한다”고 했다.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손톱은 한눈에 봐도 거대한 크기다. 움직임조차 불편해 보이지만 다이애나는 익숙해진 듯 자연스럽게 식사하고 노트북으로 업무를 본다. 물론 지퍼 달린 옷을 입지 못하고 자동차 창밖으로 손을 내밀고 타야 한다는 고충도 있다.
다이애나의 ‘기행’(奇行)은 왜 생긴 걸까. 그는 기네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한 번도 꺼낸 적 없던 얘기를 했다. 그는 1997년 마지막으로 손톱을 잘랐던 그해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다이애나는 16살 딸 라티샤를 잃었다. 평소 앓던 천식이 발작 증상으로 이어져 사랑하는 딸이 밤사이 갑자기 숨졌던 것이다.
다이애나는 “딸이 숨지기 전날 내 손톱을 손질해주고 매니큐어를 발라줬다”며 “딸이 떠난 후 다시는 손톱을 자르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톱을 볼 때마다 딸이 떠올랐고, 내 손톱을 자른 마지막 사람이 딸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자녀들이 내 손톱을 부끄러워하며 제발 자르라고 부탁했지만 나는 이 사실을 말한 적이 없었다. 마침내 진짜 이유를 고백하자 아이들은 나를 이해했다”며 “기네스북에 오른 걸 알면 라티샤도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기네스 측은 “기록 뒤에 숨겨진 다이애나의 사연이 가슴 아프다”며 “그에게 가족이란 모든 것을 의미하며 주위에 도움을 주는 인연이 많은 것도 큰 행운인 것 같다”고 전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