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7일 출소하는 아동 연쇄 성폭력범 김근식(54)에 대한 시민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아동 성범죄 재범 방지책으로 치료감호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치료·교화를 담당할 의료진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유일의 치료감호시설인 법무부 산하 국립법무병원의 정신의학과 의사 정원은 15명이지만 7명밖에 충원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부곡병원에도 병동이 하나 마련됐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엔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법무병원은 소아성기호증이나 가학증 등의 성적 성벽을 지닌 정신성적 장애인들에게 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핵심은 인지행동치료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성인지 제고 교육부터 감각자극치료, 충동조절 훈련 등으로 재범 위험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상자 본인이 동의할 땐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까지 실시한다.
그럼에도 성과가 쉽게 나진 않는다. 조성남 법무병원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신치료는 결국 과거 자신의 트라우마라든지, 발달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스스로 깨달아가게 만드는 것”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력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별 특성에 맞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김근식처럼 복역 도중에도 폭력성을 표출하고 치료에 순순히 응하지 않은 사례라면 한계는 더 두드러진다. 한 법무병원 관계자는 “징역형을 길게 받은 환자일수록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열의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2일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치료감호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김근식의 판결 선고 시 치료감호 청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보완하는 내용이었다. 개정안은 아동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장치를 부착한 이들에게서 재범 우려가 확인되고 준수사항 위반이 파악되면 치료감호를 사후에라도 청구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골자다.
김근식과 같은 경우 치료감호 필요성이 높고 나아가 개별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인력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법무병원이 관리하는 치료감호 대상자는 800명 안팎이다. 레지던트들이 담당하는 환자를 빼도 전문의 한 명이 환자 80~90명을 보고 있는 셈이다. 정신보건법에서는 의료진 적정 기준을 환자 60명 당 의사 1명으로 두고 있다.
박 의원은 “법무병원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낮은 급여와 열악한 치료환경의 문제뿐 아니라 법무부 시스템 등 종합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궁극적으론 교도소와 다른 형태의 자유박탈적인 보안처분이 있어야 하는데, 인권 등을 이유로 어려우니 치료감호제도를 대안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보다 현대화되고 친사회적인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