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역대급 태풍이었던 ‘힌남노’로 지하주차장에서 숨진 포항 중학생이 법에 가로막혀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달 6일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숨진 10명에 대해 시민안전보험을 청구했다고 9일 밝혔다. 다만 김모(15)군 은 보험가입대상에서 제외돼 보험금 지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시는 재난이나 감염병, 대중교통 사고 등으로 피해를 본 시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전 시민을 대상으로 시민안전보험에 가입했다. 이 보험은 상해사망 유족에게 최대 2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문제는 현행 상법이 15세 미만의 상해사망 보험계약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군은 만 14세였다.
해당 조항은 보험금을 노리고 미성년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범죄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 조항 때문에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예외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사망 당시 김군은 만 14세여서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시민안전보험을 계약한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모든 시민이 가입할 수 있도록 요구했지만, 상법상 불가능하다고 밝혀 시로서도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6일 김군은 어머니와 차량을 이동시키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 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참변을 당했다. 갑자기 지하주차장 내 물이 불어나자 김군은 밖에서 차 문을 열고 어머니를 빼냈다.
순식간에 가슴 위로 빗물은 가슴 위까지 차올랐고 어머니는 “너라도 살아서 나가야 한다”며 김군의 탈출을 설득했다. 김군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먼저 나왔지만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는 에어포켓에서 14시간을 버텨 기적처럼 구조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