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가 불멸의 기록을 남겼던 야구 배트를 마침내 내려놓았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대호는 전무후무할 대기록들을 남겼다. 야구 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거인’이지만, 친정팀 롯데를 우승시키지 못한 것을 마지막까지 아쉬워했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쳤다. 이날은 세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기도 했다. 이대호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1회 가운데 담장을 맞히는 대형 2루타로 타점을 올리며 팀의 3 대 2 승리를 견인했다. 이대호는 팀이 앞선 8회 초 투수로 깜짝 등판해 LG 대타 고우석을 투수 땅볼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은퇴 경기에 처음으로 투수로 나서서 ‘홀드’라는 진기록까지 챙겼다.
이대호는 경기 뒤 은퇴식 고별사에서 “팬 여러분이 꿈꾸고 저도 꿈꾸고 바랬던 우승은 저는 결국 이루어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경기 전 은퇴 인터뷰에서도 야구 인생 점수에 대해 “어릴 때부터 사랑한 롯데를 우승 못 시키고 떠난다는 생각에 50점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194㎝, 130㎏으로 팀 이름인 ‘거인’에 걸맞았던 이대호는 기록에서도 거인이었다. 이대호는 17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 리그에서 1971경기 출장, 타율 0.309, 374홈런, 1425타점, 2199안타를 기록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야구에서 뛴 기록까지 포함한 한·미·일 통산 안타는 2895개로 KBO 출신 프로 최다 안타 기록도 갖고 있다. 한국 타자 최초로 한·미·일 리그에서 뛰었고, 세 나라에서 모두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국제 대회에서도 맹활약했다.
특히 2010년은 이대호가 타격 7관왕으로 프로야구 전체를 지배했던 해다. 이대호는 그해에 타율(0.364), 안타(174개), 홈런(44개), 타점(133점), 득점(99점), 출루율(0.444), 장타율(0.667)까지 타격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대호는 그해에 9경기 연속으로 홈런을 때려, 비공인 세계 신기록도 경신했다.
올해도 잊지 못할 해다. 일찌감치 은퇴를 공언한 이번 시즌 이대호는 타율 0.331(4위), 홈런 23개(공동 5위), 안타 179개(공동 4위) 등 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선보였다. 이대호가 은퇴 시즌인 올해 통산 703홈런을 달성한 미국 프로야구(MLB)의 살아있는 전설 앨버트 푸홀스(4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나란히 거론되는 이유다.
이대호는 롯데를 우승시키지 못했지만, 2012년 일본에 진출해 우승 반지를 꼈다. 이대호는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2년 동안 활약한 뒤 2014년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했다. 그해에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2015년에는 일본시리즈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우승을 이끄는 것은 물론, MVP까지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가 일본시리즈 MVP가 된 것은 19년 만이었다. 2016년엔 MLB로 진출,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면서 타율 0.253, 14홈런, 49타점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등 번호 10번은 영구 결번돼 선배 최동원의 11번과 함께 사직야구장에 걸리게 됐다. 이대호는 고별사에서 “롯데 선수에서 롯데 팬으로 돌아간다”며 “예서와 예승이(자녀 이름)를 데리고 치킨과 맥주를 손에 들고 사직을 찾겠다”고 했다. 가족과 롯데 선수, 관계자에게 감사도 전했다. 그러면서 “하늘에 계시는 사랑하는 할머니, 늘 걱정하셨던 손자 대호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받고 박수를 받으면서 떠나는 선수가 됐다”며 “오늘 제일 많이 생각이 나고 보고 싶다”고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