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만 느껴졌던 은퇴식을 맞이한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는 기자회견에서 “사랑받으며 떠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릴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떨리고, 기대되고, 아쉬운 점도 있다. 저를 보기 위해 많이들 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제가 어릴 때부터 사랑하던 롯데를 우승시키지 못하고 은퇴해서 마음이 무겁다”며 “후배들이 노력해서 팬들에게 우승을 선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22년 동안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2010년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 등 한국 야구계에 거인과 같은 발자국을 남겼다.
이대호는 “제가 가진 야구 기술이라든지 후배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노하우는 전화 통화든 만나서든 이야기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은퇴 투어 준비하면서 잠을 많이 못 잤다”며 “사인도 해야 하고 은퇴사 준비하며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했다. 이어 “내일은 일요일이고 다음 날도 공휴일이니 집에서 푹 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야구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 질문에 “올림픽이라든지 아시안게임이라든지. 특히 국가대표가 기억에 남는다”며 “돌이켜보면 제일 처음 국가대표를 했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성적이 안 났을 때 비난받았고, 그게 기억에 남는다”며 “우승하고 금메달 땄을 때는 국민들이 좋아해 주시지만, 선수로 기억에 남는 건 열심히 하고 결과가 안 좋을 때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팬들에게 알아달라는 말을 못 하는 게 마음이 아프더라”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준비도 많이 했는데 성적 안 났을 때 위로해주시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며 “잘했을 때보다 못했을 때 위로해주시면 한국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올해 은퇴 시즌에도 7일 기준 타율 0.332에 23홈런 맹타를 휘둘렀다.
이대호는 “올해 은퇴를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더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며 “생각보다 운이 좋았다. 덕분에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고 떠난다”고 했다.
이대호는 지도자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기회가 된다면 롯데에서 동고동락했던 선수, 코치들하고 같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야구 인생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는 “50점”이라며 “개인 성적은 괜찮았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사랑한 롯데 우승을 못 하고 떠나는 건 감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