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식 발표했지만 논의 과정에 남긴 기록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가부는 전문가 간담회 회의록도, 행정안전부와의 협의 기록도 없다는 입장이다.
8일 복수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따르면 여가부는 최근 자체 폐지안이나 회의 기록 자료 요구에 일관되게 무응답하거나 ‘없음’이란 답변을 회신하고 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여가부는 ‘행안부와 유선 통화·면담 일시, 내용 등의 일체 기록을 제공해 달라’는 요구에 “행안부와 일반적인 조직관리 원칙 등에 관한 질의 답변을 했다”며 구체적인 사항을 답변하지 않았다.
여가부는 부처 폐지와 관련해 국정조정실과도 별도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여가부는 ‘현장 의견을 수렴해 자체 폐지안을 마련하겠다’며 지난 6월 내부에 전략추진단을 설치했다. 여성·청소년·성폭력 피해자·한부모가정 등 정책 수혜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폐지안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전략추진단은 출범 후 두 달간 5번의 장관 주재 전문가 간담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고 참석자 명단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논의 과정이 ‘깜깜이’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참석자들이 부처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혀도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현숙 장관은 지난 7일 열린 ‘정부조직 개편방안 설명회’에서 “논의 과정을 일일이 말씀드리는 건 불필요하다”며 “(최종 폐지안에) 여가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는 베스트”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늘 오후 국회를 찾아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님들을 뵙고 정부조직 개편안을 잘 설명드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일 일정이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계는 여성 인권을 퇴행시키는 조치라며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7일 114개 여성단체와 공동성명문을 통해 “성평등은 사회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변화가 필요한 영역인데 이번 개편으로 부처 간 협력 등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부처가 축소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