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진 액자가 지난 5월 퇴임 후 5개월 만에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에 걸렸다. 이 대표가 직접 문 전 대통령 사진을 걸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을 건 배경에 민주당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윤석열 정부의 사정정국에 강경 대응하려는 메시지를 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7일 민주당 대표회의실에는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 전 대통령의 사진이 처음 걸렸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사회를 맡은 김남국 의원(당 사무부총장)은 “민주당은 세분 (전직) 대통령의 정신을 끊임없이 발전해오고 있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가깝게 뵈니 민주당과 항상 함께하고 있다는 실감이 더해진다”며 “민생과 경제,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민주당이 더 노력하고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말했다.
당 출신 대통령의 사진을 회의실에 거는 일 자체는 특별한 게 아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5개월 전인 5월 9일 퇴임했다는 점에서 다소 늦게 사진이 걸린 것인데, 이 때문에 감사원 ‘표적 감사’ 등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된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감사원은 “조사의 실익이 없다”며 서면조사를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진 게시는 이 대표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최근 조정식 사무총장에게 직접 문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취재진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전직 대통령들은 민주당의 전통과 정신을 계승하는 상징적 존재”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감사원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 간 문자 메시지를 거론하며 “감사원 실세 사무총장과 대통령실 왕수석의 권권유착 문자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고 비판했다. 앞서 유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이 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는 아울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두고 “대통령실이 총괄 기획하고 감사원이 하청으로 실행한 대통령과 감사원의 게이트, 즉 ‘대감 게이트’로밖에 볼 수 없다”며 “민주당은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을 다음주 고발 조치 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