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데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보조금 차별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연합(EU)도 이와 비슷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전날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정만기 부회장 주재로 11개 해외지부와 ‘긴급 주요 시장별 무역 대책 회의’를 열고 주요 시장별 시장 상황과 무역적자 해소 대책을 논의했다고 7일 밝혔다.
이상준 무협 미국 뉴욕지부장은 “올해 미국에서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기업과 외투기업이 창출한 일자리는 35만개에 달했다. 특히 이 중 한국 기업 34개사가 창출한 일자리는 약 3만5000개로 국가별 기여도 1위를 차지했다”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전기차 보조금 차별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전기차 배터리에 북미 지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광물·소재를 일정 부분 이상 사용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또한 유럽도 미국의 IRA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조빛나 EU 브뤼셀 지부장은 “EU도 중국 의존도 탈피와 그린에너지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 IRA와 유사한 신규 규제 법안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강표 일본 도쿄지부장은 “올해 달러당 엔화 가치가 연초에 비해 26% 가까이 절하되면서 일본 수입업체의 대금 지급 부담이 가중돼 상환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호 인도 뉴델리 지부장은 “기업들은 인도에 대한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는 양국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을 조속히 재개해 우리 기업에 대한 특혜가 유지·확대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협은 향후 긴급 주요 시장별 무역 대책 회의를 분기별로 개최하고, 국내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관계부처·기관과 함께 총력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까지 에너지 수입액이 143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3.2% 급증하면서 무역수지가 289억달러 적자를 보이고 있으나 새로운 기회는 있다”면서 “포스트 오일시대 대비를 위한 중동 국가의 산업화 투자 확대나 원전·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확대에 참여하며 ‘제2의 중동 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