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며 “혀 깨물고 죽지 그런 짓 왜하냐”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이에 김 이사장이 사과를 요구하자 “뭘 사과해요 사과하기를”이라며 큰 소리로 맞받아치는 등 국정감사장 분위기는 급랭됐다.
권 의원은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가 다른 정부에서 아무리 높은 자리를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수용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김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과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뒤 정권 말기에 졸라서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으로 갔다”고 비방했다.
이어 김 이사장이 정의당 탈핵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탈원전 운동을 펼친 이력을 언급하면서 “원자력안전재단이 탈핵운동가의 놀이터냐. 탈핵운동가에게 무슨 전문성이 있느냐”면서 “이런 분이 어떻게 원자력 발전을 전제로 운영되는 재단 이사장을 잘하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동의하지도 못하면서 자리에 뻔뻔하게 앉아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자진사퇴하라. 국민의힘은 이후로 과방위에서 김 이사장을 투명인간 취급하겠다. 정치인 출신 이사장과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권 의원은 또 “(김 이사장이 19대 국회 때 비례대표로 몸 담았던) 정의당 당원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느냐. 이 둥지, 저 둥지로 옮기며 사는 뻐꾸기냐”면서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다.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을 하느냐”라고 했다.
김 이사장이 이 발언에 “답변드려도 되느냐”고 묻자 권 의원은 “답변 들으나 마나 한 얘기”라고 묵살하기도 했다.
이에 김 이사장이 “의원님은 질문할 자유가 있지만 저의 신상에 대해 굉장히 폭언에 가깝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시라”고 요구하면서 국감장엔 고성이 오갔다.
권 의원 옆자리에 앉아 있던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지금 무슨 말이야. 어디”라면서 “국감에 출석한 피감사인이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국감을 6~7년 하면서 처음 본다”라며 고함을 쳤다. 이에 정청래 위원장이 제지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이후로도 자신이 소신을 어겼다는 취지의 질의가 이어지자 “한번도 제 신념과 가치에 반하는 활동을 하거나 제 신념을 저버린 적이 없다”면서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고 환경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위원님이 얘기하듯 신념에 반한 일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권 의원은 소리 내 웃으면서 “그렇게 뻔뻔하니까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재단 직원을 위해서, 정의당원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위해서 사퇴하기 바란다”고 비아냥댔다.
김 이사장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응수하며 두 사람 간 충돌은 마무리됐다.
이 같은 공방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권 의원의 폭언을 잇따라 지적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정책이나 가치관, 신념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그것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얼마든 좋다”면서도 “(제가) 문제제기하고 싶은 것은 ‘혀 깨물고 죽으라’는 표현을 어떻게 국감에서 하느냐. 그것은 의원 품위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정 위원장도 “객관적으로 봐도 ‘혀 깨물고 죽으라’는 발언은 좀 심했다. 인신공격성·모욕성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김 이사장에게 “의원들이 불편한 이야기를 해도 참고 견뎌달라. 이 자리에서 이기는 사람이 꼭 이긴다고 볼 수 없다. 지켜보는 국민들이 판정할 것”이라고 다독였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