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82)가 6일(현지시간) “계속 불의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에르노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FP,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에르노는 자신이 용감하기 때문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소설을 쓴다고 했다. 그는 “문학이 즉각적인 영향은 주지 못하겠지만 여성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여성이 엄마가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여성이 자유와 권력에 있어서 남성과 동등해졌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란에서 히잡 착용을 강요하는 정부에 저항하는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에르노의 수상을 결정하면서 “개인적 기억의 집단적 억제, 소외, 근원을 파헤친 용기와 냉철한 예리함”을 선정 배경으로 설명했다.
프랑스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여성 소설가 에르노는 계급과 성(gender)과 관련된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둔 자전적 소설로 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지난 2000년 출간 당시 프랑스에서 불법이었던 낙태 경험을 다룬 소설 ‘사건’을 펴낸 바 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레벤느망’의 원작이다.
현재 프랑스 내에서는 정치인뿐 아니라 작가·학자 등 에르노의 수상에 대한 축하가 이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에르노가 “지난 50년 동안 조국의 집단적이고도 친숙한 기억에 관한 글을 써왔다”며 “그의 목소리는 금세기 여성들과 잊혀진 사람들의 자유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이 대관식을 통해 위대한 프랑스 문학 대열에 합류했다”고 평가했다.
좌파 진영을 지지하는 에르노는 그간 우파색이 짙은 정책을 추진해온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또한 에르노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했던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대표도 트위터에 “기뻐서 눈물이 난다”며 수상을 축하했다.
좌파 사회당(PS) 소속의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자전적 소설의 선구자인 에르노가 수많은 여성의 내면에 씌워진 베일을 벗겨줬다”고 평했다.
2018년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작가 니콜라 마티외는 인스타그램에 축하 글을 올리며 “유일하게 책에 사인을 받은 작가가 에르노”라고 밝혔다.
에르노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프랑스 사회학자 지젤 사피로는 AFP통신에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해 사회적, 성적 불평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줬다”고 평했다. 사피로는 또 “에르노는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사회적 성관계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1901년 초대 수상자 쉴리 프뤼돔을 비롯해 로맹 롤랑(1915년), 앙드레 지드(1947년), 알베르 카뮈(1957년), 장 폴 사르트르(1964년·수상 거부) 등을 거쳐 에르노까지 총 16명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