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경기 침체 여파를 피해가는 ‘용빼는 재주’는 없었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은 30% 이상 감소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메모리 가격 하락세로 반도체 업황이 악화된 여파다.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은 2.7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1.73%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전년 분기 대비 역성장이다. 직전 분기보다도 23.4% 줄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로는 늘었지만 직전 분기보다는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분기 매출 첫 70조원을 돌파한 뒤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역대 최고 매출 행진을 이어왔다. 그러나 2분기에 77조2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한 데 이어 3분기에도 76조원으로 줄었다.
증권가 전망치도 크게 밑돌았다.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8곳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 집계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78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25.6% 감소한 11조7000억원으로 예측된 바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반도체 업황이 악화된 여파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직전 분기 대비 30%가량 감소한 6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친 것으로 추정했다. 2분기 DS 부문 영업이익(9조9800억원)과 비교하면 30%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로 호황을 누렸던 IT 내구재 수요가 본격 둔화하면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에 대비해 비축해둔 부품 재고가 오히려 이중 부담이 되고 있다”며 “경제 환경 급변으로 IT 예산 집행도 차질을 빚으면서 메모리칩 주문이 이례적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4분기도 실적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 경기 둔화에 IT 제품 최종 수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 가격이 15∼1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D램은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군이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와 물가 상승이 연말 특수 효과를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IT 세트 수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을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8조6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에는 실적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