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첫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며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낸 한편, 피감기관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장관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판사 출신의 이탄희 의원은 법무부 디지털성범죄태스크포스(디지털TF) 권고 법률안 목록을 언급하며 “지난 법사위 전체회의(7월 28일) 업무보고 당시 중점 처리 법안으로 추진해달라 요청드렸는데 살펴본 내용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지금 신당역 살인사건과 같은 스토킹 범죄 등 현안이 생겼고, 그에 관련한 스토킹 처벌법을 개정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오늘 주요 입법 추진 현황 보고 중 디지털성범죄TF 권고 법률안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고 재차 지적하자, 한 장관은 “대부분은 의원 발의안으로 제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기 전 디지털 성범죄물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보전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이 의원이 언급하자, 한 장관은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이 “70일 정도 시간을 주면 (입법 추진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말을 끊으며 “지금 위원님께서는 사전질문지를 전혀 안 주고 계시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질문하면서 이걸 왜 모르느냐, 장학퀴즈식으로 물으시면 (곤란하다)”며 다소 언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이 의원이 “지난 7월 전체회의에서 (장관이) 검토하겠다고 한 법안 중 하나를 예시로 든 것이다”고 받아치자, 한 장관은 “외람되지만 건설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질문 요지를 (질의 전에) 미리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좀 더 충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반박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과도 비슷한 설전을 벌였다.
권 의원은 첫 질의로 “대검찰청 흉악범죄 분류 중 4대 강력범죄가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인데 이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범죄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이 “제가 잘 모르겠다. 말씀해달라”고 말했고, 권 의원은 “이걸 모르면 안 되신다. 압도적으로 성폭력이 91.7%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박사방’을 주도한 조주빈 등에 대해 법원은 1억800만원을 몰수·추징·보전하라고 선고했다”며 “검찰이 실제 얼마나 추징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한 장관은 다소 격앙된 어조로 “이런 정도의 질문을 하시면서 사전에 질문을 안 주시면 제가 이 숫자를 어떻게 맞추겠느냐”고 반문했다.
권 의원은 “(금액이) 너무 상징적이어서 그렇다. 환수한 금액이 7만원이라고 한다”며 검찰이 범죄수익 환수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비판했다.
이에 한 장관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검찰이 성범죄 수사 초기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장관은 “위원님, 이런 범죄를 좀 더 효율적으로 처단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직접 수사하게 해주시면 안 되겠느냐”며 “초기에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경우와 나중에 뒷북치는 경우는 매우 차이가 난다”고 호소했다.
국회에서 매번 언쟁을 벌이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도 신경전을 벌였다.
먼저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한 장관이 최근 뉴욕 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한 것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박범계 의원이 이와 관련된 영문 증거 자료를 제시하면서 “어렵게 구했다”고 한 장관을 압박했다. 한 장관은 “구글링만 해봐도 나오는 자료”라고 맞받았다.
박 의원은 “영어를 잘하는 장관님이야 금방 볼 수 있을 테지만 일반 사람들은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여기에 한 장관이 “한국말 자료였다”고 반박했다. 순간 국감장에선 웃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앞서 한 장관의 답변 태도는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8월 2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권인숙 의원은 “행정부가 갖고 있는 유일한 입법 견제 수단은 대통령 법률안 거부권이고, 3권분립 원칙에 따라 대통령조차도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장관이 대통령 권한을 넘어설 수 있느냐, 아주 심플한 질문이다”라고 질의했다.
여기에 한 장관이 “너무 단순해서 질문 같지가 않다”고 답변하자 민주당은 한 장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정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