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살인 위협’ 받은 파키스탄 부부…“난민 인정” 확정

입력 2022-10-06 17:59
대법원. 뉴시스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이 연애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현지 가족들로부터 ‘명예살인’ 위협을 받은 파키스탄인 부부 등 가족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하라는 판결이 6일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이날 파키스탄 국적 A·B씨 부부와 자녀가 인천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의 한 대학원으로 유학 왔던 파키스탄 출신 A씨는 2016년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아내 B씨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그러나 상대 집안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한국에 난민 신청을 했다. 강한 반대는 살해 협박 등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들 부부는 파키스탄 본국에서 B씨가 가족에게 납치와 구타, 살해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가 현지 법원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도리어 뇌물을 받은 경찰관이 “법정에서 가족에게서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하면 죽이겠다”며 협박했다고 전했다. 또한 B씨 가족은 이들이 한국에 와 자녀를 낳아 키우고 있는데도 여전히 “한국에 찾아오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부부는 2019년 3월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면 명예살인을 당할 수 있다며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명예살인은 파키스탄에서 여성이 가족 동의없이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등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살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출입국·외국인청은 A씨가 국내에서 구직 활동을 해왔고 그의 친족이 체류 기간을 연장하려 난민 신청을 한 이력이 있는 점을 들어 A씨 가족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이들은 소송을 냈고 1심은 A씨 가족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당국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A씨 부부를 위협한 것은 결혼으로 명예가 훼손됐다고 여기는 일부 과격한 가족 구성원들일 뿐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차별이나 박해가 가해지는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2심은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파키스탄으로 돌아갈 때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사회계급이 다른 상대방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단순히 사회적 지탄이나 비난의 대상이 되는 수준을 넘어,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협 등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의 경우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들에 대한 위협이 일부 가족의 개인적 감정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 파키스탄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전통 관습이나 규범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인천 출입국·외국인 청장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한 판결을 확정했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