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송모(32)씨는 최근 미국 아마존에서 컴퓨터 부품을 사려다 환율을 보고 포기했다. 송씨는 지난 6년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노려온 ‘직구족’이다. 그는 “현지에서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에 거는 기대감이 높다. 코로나19로 쌓인 재고가 ‘떨이’로 쏟아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환율 때문에 가격 이점을 체감하기 어려워 올해는 직구를 포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킹달러(달러 초강세)’ 여파로 해외직구 시장이 위축하고 있다. 직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이커머스 업계도 팔을 걷어붙였다. 재고를 미리 확보해 환율 변동을 최소화하거나 엔저(엔화 가치 하락)로 활기를 띠는 일본 직구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가면서 2분기에 미국 직구 거래액은 5123억원에 그쳤다. 전 분기(5543억원)보다 7.6% 감소한 수치다. 유럽 직구 거래액도 1분기 3254억원에서 2분기 2699억원으로 17.1% 줄었다. 유로화는 약세를 보이지만, 항공운임비가 치솟은 탓이다.
직구 수요를 살리기 위해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대책을 찾고 있다. 롯데온은 이달에 ‘해외직구 세일 위크’를 진행한다. 150개 이상 인기 상품을 환율 상승과 관계없이 기존 가격 그대로 선보인다. 상품을 미리 확보하고, 오랫동안 거래를 유지한 업체들과 협의해 값을 낮췄다. 롯데온 관계자는 “환율이 올랐지만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거나 재고를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구하려는 직구족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배송대행료가 높아 인기가 없었던 일본 직구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2분기 일본 직구 거래액은 1038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1.7% 증가했다. 올해 초 100엔당 1030원 수준이었던 원·엔 환율이 98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겨냥해 롯데면세점은 해외 직구 온라인몰 ‘LDF BUY(엘디에프바이)’에 일본 직구관을 열었다. 면세품이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롯데면세점 도쿄긴자점에서 직접 상품을 확보해 다른 사이트보다 30%가량 싸게 내놓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해외 직구족들이 가격 혜택이 높은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