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후이 JP모건자산운용 수석전략가가 원·달러 환율의 연내 1500원 돌파를 예상하면서도 1990년대 후반과 같은 아시아 외환위기의 재발 위험을 낮게 내다봤다.
후이 수석전략가는 6일 세계경제연구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긴급 진단: 달러 초강세 속 아시아 외환위기 재발 위험 점검’을 주제로 개최한 웹세미나에서 “원·달러 환율이 연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유효하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원화는 매우 저평가됐고 미국 달러화는 매우 비싸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격차, 국제 경제 둔화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를 고려하면 원화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후이 수석전략가는 미국, 유럽, 영국 같은 주요 경제권 국가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한국처럼 수출 중심 국가에 부담을 안길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한국의 경상수지가 여전히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 표시 대외부채도 안정적인 수준이다. 시장이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 운용을 신뢰하고 있다는 점은 원화 가치를 지지한다”고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 1시15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20.6원(1.45%) 하락한 1403.4원에 거래되고 있다. 후이 수석전략가는 원·달러 환율이 등락을 거듭한 뒤 3개월 안에 1400원, 12개월 안에 1320원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강달러는 신흥국, 특히 아시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후이 수석전략가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의 타격을 입힐 가능성은 작게 내다봤다. 한국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던, 이른바 ‘IMF 외환위기’의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
후이 수석전략가는 “최근 아시아 통화 급락세가 각국 기업, 금융기관에 부담을 안긴 것은 사실이지만 아시아가 제2의 외환위기를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은 외환 당국이 외국환평형기금을 활용한 수출업체 선물환 직매입 등 여러 가지 적극적인 시장안정 조치를 이미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재로서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반드시 활용할 필요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