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오는 11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배럴 줄이기로 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대 감산 폭이다.
OPEC+는 5일(현지시간) 월례 장관급 회의 후 낸 성명에서 다음 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2% 수준이 줄어드는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다만 상당수 회원국이 현재 생산 기준치에 못 미치는 원유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감산량은 하루 90만 배럴 수준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외신들은 이번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3.20달러로 최근 2주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OPEC+는 지난 회의에서 10월 하루 1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한 바 있다.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산유국들이 내세운 감산의 명분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은 이날 회의에 앞서 산유국들에 원유 감산을 강행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문제로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의 11월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OPEC+의 감산 결정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및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는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의 국제 공급을 유지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 결정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이 고통을 받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가장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11월에 전략비축유 1000만 배럴을 추가 방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