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취임식도 없이 열린 복지부 국감…“너나 잘하세요” 설전

입력 2022-10-05 18:24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국회사진기자단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 “지금 뭐라고 그러셨어요?” “니라고 그랬어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현장이 ‘반말’ 설전으로 얼룩졌다. 바로 전날 임명된 조규홍(55) 복지부 장관에게는 복지부 현안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관련 성토가 먼저 쏟아졌다.

조 장관은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감에 출석했다. 조 장관은 전날 오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 재가를 받았지만 이날 국감 일정 탓에 취임식을 열지 못한 채 취임사만 발표하고 국회로 향했다. 조 장관 취임은 전임 권덕철 장관이 지난 5월 이임사를 내며 물러난 뒤 뒤 141일 만이다.

윤 대통령 발언 논쟁과 “니나 잘하세요”

복지 현안이 산적했지만 국감장을 달군 건 윤 대통령 발언 논란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세종시 소재 어린이집 방문 현장에서 대화 중 ‘아나바다’의 뜻을 묻는 한편 “아주 어린 영유아는 집에만 있는 줄 알았다” “6개월만 되어도 걸어는 다니니까 (어린이집에 오는구나)” 등의 발언으로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국감장에서 복지부가 당시 행사를 앞두고 대통령실에 올린 문건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어린이집 대상 연령과 ‘아나바다’의 뜻 등 자세한 행사 계획과 시나리오가 담겨있었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이 (자료를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않아) 잘못했거나 대통령이 자료를 안 봤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윤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2세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집에만 있느냐”고 묻자 “대부분 집에서 양육을 많이 하고 필요할 경우 기관 시설에도 (맡긴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부 통계상 지난해 기준 만 0~1세 인구 약 53만명 중 어린이집 보육아동은 37만여명이다. 조 장관이 이어 “대통령께서는 가정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변호하자 국감장에서 실소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강기훈 의원은 이를 “지엽적인 침소봉대”라며 국감장에 맞지 않은 주제라고 지적하며 제재해 달라고 발언했다. 이에 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발언이 선을 넘었다. 동료의원 질의 내용을 왜 품평하나”라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이 고성으로 항의하는 강 의원에게 “좀 가만히 계세요”라고 하자 강 의원이 “니나 가만히 계세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결국 소란 끝에 정회가 선언됐다.

“인구·가족정책 한 부처에서 하는 게 효율적”

최근 정부와 여당이 발표를 예고한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해 조 장관은 여성가족부의 주요 기능이 복지부로 합쳐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 장관은 남 의원의 질의에 “(여가부가 담당하던) 인구 정책은 한쪽에서 (맡아) 여러 부처가 같이 협의·논의해 가족정책과 인구정책은 같이 연계될 필요가 있다. 한 부처에서 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스템 개편 뒤 오류로 비판을 받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관련한 사과도 나왔다. 조 장관은 “소급 적용은 당연하고, 손해배상도 검토해보겠다”고 발언했다. 정부 차원에서 이번 건 관련해 손해보상이 언급된 건 처음이다. 조 장관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시스템 문제로 필요한 분에게 제때 급여가 나가지 못한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또 “지연된 9월 급여도 10월에 지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장관은 최근 젊은 층의 마약 투약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내년에 청소년 대상 마약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관련 문제가 심각함에도 통계가 없다는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의 지적에 “2026년에 (5년 주기인) 마약류 실태조사가 예정돼있는데, 이와 별도로 청소년 대상의 실태조사를 내년에 실시할 계획이다. 문항도 보완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자문위 시절 주식 거래 내역 공개” 요구에 백경란 ‘묵묵부답’

이날 함께 진행된 질병관리청 국감에서는 백경란 질병청장이 취임에 앞서 매입한 주식거래 내역 제출 요구가 이어졌다.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2022년 3월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매수했는데 질의했더니 직무연관성이 없다는 답이 왔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등 해외 백신도 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위탁생산했는데 직무관련성이 없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백 청장은 이날 오후까지 이어진 강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청장 취임 전의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이에 보건복지위원장인 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의원실에 따로 설명하든 자료를 제출하든 선택하라”고 질책하자 백 청장은 “의논해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