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고된 시간을 견디고 국내 최대 영화 축제가 완연히 부활했다. 길었던 팬데믹의 기운을 걷어낸 뒤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5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화려하게 개막을 알렸다. 개막식이 열리기도 전인 오후 4시부터 영화제를 찾은 방문객들로 인근이 북적였다. 야외극장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주변에는 다양한 홍보 부스가 마련됐다. 이번 영화제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웨이브, 티빙도 오리지널 콘텐츠 홍보 부스를 마련해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영화는 6일부터 본격적으로 상영된다. 개막작 ‘바람의 향기’를 비롯해 대부분의 상영작은 매진됐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슬픔의 삼각형’, 태국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눈길을 끈 ‘6명의 등장인물’ 등은 인기 상영작이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 이날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일반 극장 관객 수는 2019년과 비교하면 60% 회복됐는데 우리는 80~90%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제를 위해 서울에서 온 김희은(17)양은 “그동안 코로나19로 멀리 가지 못해 가까이서 열리는 다른 영화제는 갔지만 국내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쉽게도 오지 못했다”며 “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영화를 볼 생각에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평소 영화를 즐겨 본다는 그는 “나도 영화인이 될 준비를 하는 학생으로서 최근 한국 영화가 국제적인 시상식에서 수상하고 인정받는 게 자랑스럽다”고도 덧붙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온 방문객들도 영화의 축제를 함께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도에서 여행차 한국을 방문한 리티카 마이트라(31)씨는 “평소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제 소식을 듣자마자 여행 일정을 다 바꿔서 5일간 영화제를 즐기기로 했다”며 “인도 영화를 부산에서 만나면 또 어떨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부산 동서대의 중국인 유학생 유효림, 저우양옌(19)씨와 친구들은 배우 양조위를 보기 위해 개막식을 찾았다. 이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양조위 작품 전시 부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개막식을 기다렸다.
오키나와에서 온 레이코 모리나가(69)씨는 “평소 넷플릭스로 수리남, 빈센조 등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한국 배우들을 볼 수 있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배우 정해인이 영화제를 찾는다고 전하자 기뻐하기도 했다. 그는 일행 등 3명과 함께 5일간 부산에 머물면서 7개의 영화를 볼 예정이라고 했다.
개막식 사회는 배우 류준열과 전여빈이 맡았다. 류준열은 ‘글로리데이’(2015)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았다.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2017)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전여빈은 “언제가 끝일지 짐작할 수 없어 힘들었던 팬데믹을 지나 3여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 정상 운영 개최 소식을 듣고 감격스러웠다”며 “(영화제는) 영화와 연기를 향한 뜨거움과 설렘, 처음 마음과 그 첫사랑을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곳”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